한국경찰은 창경 60주년을 두 해나 넘긴 현재 선진•인권경찰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과거의 경찰에 머물러야 하는가를 선택하는 중대한 시점에 섰다고 보여진다.

  그동안 한국경찰조직은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거듭하였으나 과거 친일경찰의 잔재, 공안경찰의 이미지를 불식시키지 못하여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경찰은 국민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면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법집행기관으로서 국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타기관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이긴 하지만, 그러한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타 형사 사법기관에 비하여 더 강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이다. 사실상 일제강점기에 타기관은 친일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며, 군사정권기에 타기관은 정치적인 성향을 띠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국민 모두의 몫이라고 본다.

  경찰조직 외적인 환경에 의해 경찰조직의 자유로운 의사와 상관없이 경찰은 국민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을 우리는 경찰의 탓만으로 돌려버리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재평가를 해야 될 시기이기도 한 것이다.

  때문에 한국경찰은 선진 외국의 어느 국가보다도 경찰의 위상이 격하되어 있고, 그 핵심에는 경찰의 수사권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실상의 수사를 담당하면서도 권한이 없는 기형적 구조를 바꾸어야 경찰의 위상이 재정립되고 양질의 경찰서비스가 제공된다.

  비대해진 권력을 가진 검찰에서는 경찰의 이러한 요구를 인권침해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반발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다. 가장 간단한 원칙으로 권력을 나누어야 상호견제가 이루어지고 이러한 구조에서 국민의 인권이 보장되는 것임을 국민은 알고 있다.

  지난 16대 대선에서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던 수사권 조정문제는 2004년 양측이 ‘수사권조정협의체’를 발족하면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제안된 안건 중에서 일부는 협의가 이루어졌으나 경찰의 수사 주체성 인정에 관해서는 검찰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우리 형사소송법 195조와 196조에는 검사만이 수사의 주체이고,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대해 경찰측의 요구는 현재의 수사현실을 반영하여 검사와 경찰을 함께 수사주체로 규정하고,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를 ‘지휘’에서 ‘협력’으로 개정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측은 경찰조직의 비대화를 우려하면서, 수사권 분배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초래할 뿐 아니라 수사권을 이원화하므로 절대 개정불가를 주장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세 가지 측면을 적시해 보아야 한다.

  첫째, 수사권은 절대로 일부기관이 독점적으로 갖는 권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수사의 성격상 국민에 대한 인권침해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은 국가작용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기관이 독점하는 것보다는 경찰과 검찰이 공유하여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인권보호에 훨씬 유리할 것이다. 현재 검사만이 수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상황에서 과연 어느 정도나 국민의 인권이 철저히 보호되었는가를 생각하면, 경찰이 수사권을 갖게 될 경우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는 검찰측의 논리가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현재의 수사권 조정 논의는 기관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국민의 눈에는 두 개의 권력기관에서 수사권을 사이에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결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수사능력을 현실적으로 보유한 경찰에서 실질적인 수사를 수행하고 있는 수사현실에서 경찰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것은 권한과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한다는 측면에서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경찰이 수사의 주체가 되지 못함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시간적•경제적 손실은 다시 언급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이 국민의 불편과 적극적인 인권보자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수사권 조정의 과정에서 양 기관의 소모성 논쟁이나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더 이상 국민적 판단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사의 어느 시점에서도 양 기관 모두 떳떳하거나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에 대한 상대방 흠집내기는 미래를 위하여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수사권 조정의 문제는 도덕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형사사법제도를 구축한다는 대승적 견지에서 논의되고 조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상대방이 갖고 있는 흠집 때문에 상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차원에서는 어떠한 합의도 도출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위에서 제기한 바대로 수사권 조정의 문제는 국민을 위한 대승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된다. 수사권은 절대로 어느 기관이 독점적으로 장악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국민을 위하여 올바르게 사용되어져야 하며 적정한 견제를 필요로 한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말을 구태여 인용하지 않더라도 국민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는 누구라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의 논의에서 국민은 스스로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판단하고 이를 지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검•경간 수사권 조정의 판단기준이 되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이 국민에게 유리할 것인가이다.

  그간 국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일부는 무관심한 태도로, 일부는 너무 지엽적인 태도로 임해왔던 것 같다. 경찰을 수사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가장 근본적인 까닭은 그것이 시민의 인권을 지금보다 더 합리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제 수사권조정에 대한 논의가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에서 2007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수사권조정에 관한 논의는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나버린 듯하지만 이것은 그러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검•경간의 수사권 합리적 배분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인 만큼 국민을 위한 가장 현명한 판단을 할 시기는 지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