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수사권은 독립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둘러싸고 경찰과 검찰은 첨예하게 대립하여 왔다. 경찰과 검찰의 주된 주장을 살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공통적으로 국민의 인권보장이라는 헌법정신에 그 기반을 하고 있다. 수사권조정 문제를 국민의 인권보장이란 관점에서 출발하여 풀려고 하다 보니 상호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수사권이 남용되거나 부당하게 행사된 개별사건이 발생하면 아전인수격으로 자신들의 정당성 획득에 열을 올리는 愚를 반복하여 왔다.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하여 기존의 수사권이 조정되어야 한다는 경찰의 주장이나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이 인정될 경우 오히려 그로 인한 인권훼손이 우려된다는 검찰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동등한 무게를 지닌 것에 지나지 않으며, 동시에 내용상으로 서로에게 고약한 비난으로 와 닿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논쟁과정에서 접점을 찾을 수 없었고, 그리고 앞으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경찰과 검찰은 수사권조정 문제에 있어 새로운 관점과 논리로 각자의 주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제도에 대한 개혁은 일반적으로 필요성의 관점에서 제기되어 당위성으로 귀결되어야 그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다. 제도개혁의 정당성이 갖는 이러한 논리적 체계에서 문제는 당위성의 구성이다. 특히 개혁을 원하는 공격적 입장에 서 있는 쪽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개혁의 필요성과 불필요성은 여러 방향에서의 사실적 요소들로 쉽게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성에 기반하여 당위성을 구성하여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경찰의 수사권독립 주장과 논리가 자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개별 사례에 무참히 무너진 배경이다. 지난번 한화회장의 폭행사건으로 인해 경찰의 수사권독립이 한 순간에 퇴색한 것이 이를 증명하는 구체적인 예일 것이다. 그러면 경찰과 검찰 간의 현행 수사권체계는 어떠한 이유에서 필연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하는가? 경찰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기존의 주장처럼 더 이상 사법행정의 목적과 검찰지휘권의 실태에서 찾지 말고 현행 법체계에서 찾기를 바란다.

 전통적으로 위험방지와 범죄수사라는 국가의 본질적 과제는 경찰의 고유한 직무로 설정되어 왔으며, 경찰은 이를 자신의 고유한 권한으로 수행하여 왔다. 이에 반하여 검찰은 근대국가의 출현과 함께 범죄수사를 자신들의 고유한 권한으로 수행하여 왔다. 경찰의 범죄수사권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에서, 그리고 검찰의 범죄수사권은 검찰청법 제4조와 형사소송법 제195조 등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과 검찰 간 사안적 관할권으로서의 조직법적 성격을 가지는 범죄수사권은 현행 법률체계상 독립되어 있다. 문제는 권능적 권한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범죄수사권체계의 문제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범죄수사에 대한 권능적 권한의 행사주체를 경무관 이하 경위의 경찰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이들 경찰공무원은 사법경찰관이란 법적 신분으로 검사의 지휘를 받아 범죄수사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범죄수사와 관련하여 현행 법체계상 사안적 권한과 권능적 권한의 비조화성이 경찰과 검찰 간에 수사권이 조정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한다. 즉 현행 법률체계상 사법경찰관의 범주에 들지 않는 치안감이 범죄수사의 지휘를 할 경우 경찰공무원은 형사소송법상 권능적 권한을 행사할 수 없어 범죄수사가 법적으로 불능에 직면하게 되고,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범죄수사를 할 경우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권능적 권한을 행사할 수 없어 많은 법적 문제들을 양산하게 된다. 이와 같이 사안적 권한과 권능적 권한이 상호 조화되지 못하여 범죄수사라는 국가과제가 법적 장애에 직면하여 효율적으로 충족되지 못할 경우 이는 오늘날 과소금지원칙이란 헌법적 원칙에 위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현행 법체계상 이루어져 있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은 필요성의 관점이 아닌 당위성의 관점에서 재조정되어야 할 것이며, 그 결론은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 확보로 귀결되어야 한다. 헌법국가인 대한민국의 법질서에 부합되는 결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