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안위보다는 국민과 사회의 안녕에 이바지할 각오와 자세로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공정하게 행사해야 하는 한편, 이러한 국가 권한에 기대어 특혜를 바라는 이들의 회유와 유혹의 기회를 뿌리칠 수 있는 용기를 항시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존권을 다루는 권한이 주어지는 전 형사사법기관 가운데 권력남용의 시비가 발생하지 않는 곳이 어디에도 없는 것은 현실적으로 그러한 결단과 실행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짐작하게 한다.

  한화그룹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지 불과 10여일 만에 경찰조직은 늑장수사, 권력적 영합, 책임 회피, 더 나아가 대한민국 법치의 위기라는 비난의 한복판에 서게 되었다.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법과 법집행기관이라는 공정한 문제해결 수단을 불신한 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사건해결을 시도했다는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법률과 법집행기관이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이 사실상 증명되었다고 하겠다. 

  게다가 이 사건의 실체와 진실이 채 가려지기도 전에, 경찰의 비위사실이 드러나 경찰조직의 고질적이고 치명적인 악관행이 또 다시 조직의 총체적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으니, 경찰에 대한 사회적 실망감과 비난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역시 ‘경찰’이라는 직업에 사명과 긍지를 갖고,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고자 한 걸음씩 변화와 혁신을 실행해 온 일선경찰관들일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지금의 이러한 사태에 극도의 수치심과 자괴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동안 경찰은 잘못된 수사 관행을 개혁하기 위해 수많은 결의를 다져왔으나, 일부 경찰관들의 이기심과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번번이 제자리 걸음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뼈아픈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경험들을 교훈삼아 경찰은 지금껏 묵묵히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오늘의 과오를 또 다시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가장 큰 수치가 될 것임을 기억하고, ‘위로부터의 개혁’을 경찰지휘부가 몸소 실천한다면 경찰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논란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수사권 조정에 대한 본질이 흐려지거나 논의가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범죄 및 민생치안을 책임지고, 사회정의 및 인권수호를 구현해야 하는 경찰이 상황적 여론이나 기득권 다툼에 밀려 그 역할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경찰과 검찰 양측이 모두 주장하는 데로,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수사권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므로, 그 선택과 결정은 온전히 국민의 뜻에 맡겨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경찰이 늘 강조하는 ‘법률과 원칙’, ‘정치적 중립화’, ‘수사권 독립’을 지키는 일은 엄숙하고 거창한 조직적 구호아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권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민생치안’의 일상적인 실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경찰은 다시 한 번 진정으로 상기시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