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쪼록 노대통령의 임기전까지 이 문제를 종결짓기를 기대한다.

  검찰과 경찰 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수사권 조정문제와 관련하여 쟁점이 된 두 가지는 ‘수사의 질 확보’와 ‘국민의 인권 보장’이었다.

 따라서 수사의 질이 담보되고 인권침해의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면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경찰로 넘겨주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한 검찰과 경찰간의 논쟁도 수사의 질과 인권침해의 두 가지 측면에서 양 측이 주장하는 공과(功過)만을 다툰 것이며 시기적 조정은 필요하지만 ‘수사권독립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수사와 기소는 모두 사법작용으로 이론적으로 서로 단절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하면서도 수사의 현실과 법규범의 불일치, 경찰의 검찰에 대한 상명하복(上命下服)적 예속관계의 비민주적 체계의 모순 등을 들어 수사권 조정은 불가피한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모든 범죄에 있어 경찰권이 수사권을 독점하고 검찰은 공소권만 유지한다는 완전한 의미의 수사권 독립론은 기존의 법규, 제도, 조직구조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현재와 같이 규범과 현실이 부합하지 않는 기형적 수사구조를 현실화하는 차원에서 ‘수사권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공감하고 있다.

　수사권조정의 문제는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는 권력분립의 기본적 원리로서도 설명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끊임없이 분해하면서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고 이것들을 서로 견제시키는 것을 미덕이라고 믿는다.

 굳이 민주주의의 태동인 고전적 권력분립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정당 간 대립, 중앙으로부터의 지방분권, 남성중심으로부터 남녀평등사회로의 변화, 노사의 관계, 시민단체에 의한 국가기관과 제도에 대한 견제 등이 그러하다.

수사권의 조정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검찰이 수사 및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현재의 제도는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력과 그 권력에 대한 통제 부재 상태를 가져왔으며, 이에 대한 반성으로 등장한 것이 ‘수사권 조정’이다.

 따라서 수사권 조정의 문제는 단순한 수사기관간의 권한 분쟁차원에서 탈피하여 수사 및 소추기관으로서의 역할정립, 권한 분산과 기관간 견제를 통한 직권남용 금지 및 이를 통한 국민의 인권보장이라는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또 수사권이 조정된다고 하여 검찰의 경찰 수사에 대한 완전한 불간섭 또는 형사절차에서 검찰과 경찰의 완전한 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권력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 체제가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즉 수사권 조정의 결과 경찰이 대부분의 수사권한을 가지는 경우 경찰에 대한 권력집중 현상을 통제할 강력한 감시체계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권한의 비대화와 직권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가능성이라는 또 다른 폐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권 조정과 아울러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중앙집권적인 경찰권의 분산,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 경찰의 인권침해방지를 위한 보완책 등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끝으로 어차피 수사권조정이 바람직한 방향이고 그것을 방해하는 사유들 예컨대, 수사의 질이나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어느 기관에서도 특히 유리한 것이 아니라면 모든 형사사법기관이 상호 협조하여 그 방해 사유들을 제거하여야 할 것이며, 이제는 경찰과 검찰이 ‘누가’ 더 인권보장을 잘할 수 있는지, ‘누가’ 더 양질의 수사를 할 수 있는지를 서로 다툴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인권보장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양질의 수사를 확보할 수 있을까 라는 차원에서 수사권 조정의 문제를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