搜査權 調整 - 경찰역할에 상응한 권한 배분 당연

최선우 박사(광주대학교 경찰법행정학부 교수)

  일반적으로 構造論的 관점에서 논의하는 구성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수사구조에 있어서는 특히 ‘수사권한’의 배분문제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수사구조 속에 내재하는 수사권한의 문제는 형사사법구조, 그리고 더 나아가 형사사법 패러다임이라는 전체의 틀 속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미시적으로 단지 수사권한 자체만을 놓고 󰡐경찰이 수사권한을 독자적으로 가져야 된다, 아니면 검찰이 수사의 주재적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는 본질을 놓칠 우려가 있다.

 이는 조직의 이해관계 속에서 수사권한이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현대 형사사법의 패러다임 속에서 적정한 형사사법구조를 모색하고, 거기에서 어떠한 형태의 수사구조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사사법기관을 하나의 조직으로 간주하고 접근했을 때, 아마도 조직에 대한 연구 가운데 가장 뒤진 분야가 바로 형사사법 분야이며, 따라서 여전히 전 근대적인 형태를 띠고 있을지도 모른다.

  역사적 발전과정에서도 그러한 면은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형사사법기관에 본질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보수적․체제 유지적 특성 및 권력성은 이의 개혁에 많은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던 것이다.

 예컨대, 절대왕정에 대항하여 성립한 근대 프랑스 혁명정부도 형사사법에 있어서 여전히 구체제를 답습하였고, 일제치하의 형사사법의 모순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잔존해 있다는 점 등은 이러한 사실을 반영해 준다.

  따라서 조직으로서 형사사법은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가장 대표적인 조직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일반조직의 생존과 발전은 환경에 대한 적응과 직결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따라서 이를 위해 수많은 조직개혁이 능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들이 계속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의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기대와는 상관없이 형사사법기관 스스로의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생존과 권력, 그리고 정당성을 확보하려는데 시종일관하는 면이 적지 않다.

 그래서 형사사법의 개혁은 형사사법기관 스스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정치적 결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향이 큰 것이 사실이며, 정치적 결단 역시 형사사법에 대한 비교우위의 힘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성공하기 어렵다.

 그 동안 경찰개혁 및 검찰개혁이 초기단계에서 멈춰버리고, 심지어는 시도조차 어려운 것은 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개혁이 이루어졌다 할지라도 그것이 부적절한 정치적 결단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면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하였음을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알 수 있다.

 형사사법의 개혁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형사사법의 문제, 그 가운데 수사구조의 개혁문제는 조직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형사사법의 역사적 발전방향과 현대 조직관리방식의 본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경찰의 수사권한 독립은 역사적․조직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형사사법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봉건시대부터 원시시대로 올라감에 따라 이러한 형사사법체계의 구별은 불명확해진다.

  즉 본래 수사기관과 소송기관이 동일기관에 의해 장악되고, 더욱 거슬러 올라가면 수사, 소송, 판결이 하나의 기관에 의해 장악된 형태를 이루었다.

  따라서 이것을 역으로 말하면 문화의 정도가 높아짐에 따라, 수사, 소송, 판결을 담당하는 기관이 각각 분화되는 것이 상식이고, 민주민권사상에 기초를 두는 탄핵주의적 소송구조가 발달됨에 따라 국가권력이 분화되어 가는 것은 역사적 필연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수사조직으로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정당성을 갖는다.

  그리고 조직으로서 형사사법의 목표달성 정도는 조직에 있어서 모든 하위체계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데, 그 중 특징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구조’라고 하는 하위체제의 변동 및 개선(더 나아가서는 개혁)이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구조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 즉 업무의 분화 및 그에 따른 권한의 배분, 그리고 공식화와 통합 및 조정이라는 기본 요소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 가운데 구조적 측면에서 볼 때 역할에 상응하는 권한 배분은 본질적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수사업무의 주체가 경찰이라면, 경찰에게 수사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형사사법에 있어서 수사구조의 합리화는 단순히 검찰과 경찰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논쟁해서는 안 될 시점인 것이다.

  오늘날 형사사법이 지향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공식적 형사사법기관의 구조적인 문제, 관리방식의 문제, 관련 종사자들의 문제, 그리고 환경의 기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 자체가 고려되지 않고서는 형사사법의 긍정적인 전망은 보다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형사사법기관들이 사회변화를 무시하고 타성에 젖어 운영되고 조직 이해관계 속에서 권력게임의 양상을 보이게 되면 형사사법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