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 權限과 責任을  동반한  민주적   형태로

이승주 박사(초당대 경찰행정학 교수)

   2007년 1월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아직 완료하지 못한 일도 있습니다. 자치경찰은 국회에 걸려 있습니다. 수사권 조정은 아직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 생각하여 보류하고 있습니다” 고 밝혔다.

 대선 때 마다 공약으로 떠오르는 경찰을 향한 수사권 조정,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 역사를 집어보고자 한다.

  로마법과 게르만법시대 초기 형사소송은 대체로 사인(私人)소추주의 소송절차가 행하여 졌고, 중세 말기에서 근세 초기에는 규문주의 소송절차가 시행되었다.

  프랑스혁명을 거친 뒤 대륙법계 형사소송에서는 국가소추주의·직권주의 소송절차가 성립되었다. 한편 영국에서도 일찍이 명예혁명때 당사자주의 소송절차가 확립되었다.

  한국의 형사소송은 고려 이전에는 대체로 사인소추주의 소송절차가 행하여 졌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규문주의가 시행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1912년 조선형사령(朝鮮刑事令)에 따라 일본 형사소송법의 적용을 받으면서 한국에도 대륙법계 직권주의 소송절차가 도입되었다.

  8·15 광복 뒤 미군정에 의하여 1948년 군정법령 제176호(형사소송법의 개정)가 공포되어 영미법계 당사자주의 소송절차가 도입되었다. 이 법령은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옹호를 위하여 구속영장제도와 변호제도, 보석제도의 확충과 인신보호제 등을 시행함으로써 영미법계와 대륙법계가 공존하게 되었다. 1954년 형사소송법을 제정·공포하였고, 그 뒤 11차례의 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경찰에게 수사권을 줄 것이냐가 큰 문제(이슈)였으나  당시 엄상섭 입법위원 등의 발언록을 보면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고 검사에게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법리적으로나 이론상으로 옳다고 보면서도 당시 상황에서는 경찰파쇼가 우려된다면서 오늘날 견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의 기형적 수사권한을 검찰에게 주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 제195조와 제196조 규정의 입법이 추진됐던 것이다.

  광복 이후 미군정 시절만 해도 수사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했던 경찰이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에 있어서 왜 그토록 무력하게 수사권을 내놓아야 했는지에 대하여 학계에서는 󰡒친일파를 청산한 검찰과 달리 일제시대 인사들을 그대로 유지한 경찰은 국민의 신뢰를 잃어 새로운 사법제도를 창설하는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없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영장청구권에 있어서 검사에게 인정된 것은 이보다 후인 1962년의 일이다. 경찰은 4․19혁명으로 들어선 장면 정권 시절 수사권 되찾기에 나섰지만,  5․16쿠데타로 물거품이 되었고, 오히려 개정 헌법에 영장청구 권한이 검사에게 있음을 명시, 수사권의 주체가 검찰이라고 못을 박았다.

  수사권독립 문제는 1980년 제5공화국 이후 간헐적으로 논의 되어오다가,󰡐국민의 정부󰡑출범 직후부터 불붙기 시작하여,󰡐참여 정부󰡑들어 정점에 달했다. 두 정부 모두 경찰 수사권 독립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정부들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수사권 조정위원으로 참여했던 서울대 조국교수는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대하여 검찰, 경찰 및 민간위원은 △현재 사법경찰관리는 대부분의 사건에 대하여 검사에 대한 보고나 검사로부터의 지시없이 사건을 인지하고, 고소, 고발을 접수하여 수사하고 있다. △검사의 수사지휘는 실제 사법경찰관리의 수사 과정 전체에 미치고 있지 못하나, 향후 송치 전 검사의 수사지휘의 범위는 대폭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2007년에는 참여시민의 평결이 권고적 효력을 갖는 시민참여재판이 실시되고, 2012년부터는 참여시민의 평결이 직업법관을 구속하는 시민참여재판이 시행될 예정이다.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이제 경찰작성 피의자조서와 마찬가지의 지위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제 아래에서 검사는 공소유지에 대폭 힘을 쏟아야 한다. 현재처럼 수사검사와 공판유지검사가 왕왕 분리되고, 후자의 경우 형식적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현상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수사의 경우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수사에 자신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검찰은 자체수사인력을 가지고 강력, 외사, 마약, 컴퓨터수사 등 지금까지 주력해온 범죄수사를 진행하면서, '민생경미범죄'의 경우는 1차적으로 경찰에게 수사를 위임하고 수사종결시에 지휘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다“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찰이 현재와 같이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는 수사기관이 아니라 수사권을 갖고 수사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면서 탁월한 수사를 하게 되면, 국민에게도 유리할 뿐만 아니라, 검찰이 이중수사를 하는 불편도 많이 줄어들게 되고, 검사도 본연의 공소유지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모두 합리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민여론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여론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검찰 앞에 정부는 무리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어서 보류하고 있다고 변명하고 있다.

  정부는  조정위원이 확인한 현실의 문제점과 시민의 여론을 바로보고, 수사기관간 균형적이고 권한과 책임을 동반한  민주적 형태의 수사구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