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고 있는 것처럼 현재 경․검간 가장 첨예한 논쟁은 형사소송법 제195조와 196조의 개정여부에 관한 것으로 경찰은 검사와 같이 경찰도 수사의 주체임을 인정하고, 검사와의 관계를 현행 상명하복 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규정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15만 경찰에게 수사권을 모두 인정하는 것은 거대경찰권을 탄생시켜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고, 수사와 공소(公訴)는 불가분의 것이라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나아가 검찰은 만약 경찰에게 수사권을 부여할 경우 수사를 전담하는 수사경찰을 범죄예방적인 역할을 주로 하는 행정경찰이 지휘하여 수사의 전문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우선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경찰에게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하고, 검찰에게는 수사지휘권과 공소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 국가 중 어느 국가도 수사권을 가진 경찰을 파쇼기관이라고 하지 않으며, 오히려 검찰과의 상호협력체제가 잘 구축되어 있다. 전체 형사사건의 97% 이상을 수사하면서도 독자적 수사권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 경찰의 모습은 분명 모순이 있다.

  2,500여명의 경찰대학 출신 간부의 진출과 신임 순경의 75% 이상이 대졸 출신인 점을 볼때 이들 나라보다 우리나라 경찰의 자질이 부족하여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시대 착오적이며 공감키 어렵다. 설령 경찰자질을 문제 삼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경찰을 공동의 수사주체로 인정하지 못할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검찰 역시 인권침해의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경찰이나 검찰, 모두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공권력의 주체로 느껴지기는 매한가지이다.

  또한 우리의 현행 형사소송 구조가 기본적으로 당사자주의를 취하고 있음을 전제로 할 때 기소를 독점하는 검찰이 수사까지를 독점해야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 본다. 이는 수사와 공소, 그리고 재판의 진행과 형의 집행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형사소송절차를 검찰이 주도하는 것은 자칫 검찰 권력의 비대화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미 검찰 역시 자체적으로는 수사검사와 공판검사를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행정경찰이 수사경찰을 지휘하여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검찰의 우려는 경찰의 조직과 업무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보인다.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을 최초로 구분한 프랑스의 죄와 형벌법전(1796년)은 󰡒행정경찰은 공공질서를 유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주로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고, 사법경찰은 행정경찰이 제지하지 못한 범죄를 찾아내고, 그 증거를 수집하며, 범죄자의 처벌을 맡은 재판소에 인계하는 것이 주 임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이 분리될 수 없음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경찰의 방범업무와 수사업무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함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경찰 역시 검찰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여 경찰인력의 자질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우수한 인력확보 등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1954년에 최초로 형사소송법이 제정되던 때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의 의식, 그리고 경찰과 검찰의 위상과 오늘의 그것은 분명 달라져 있다.

 검찰과 경찰의 권력은 국가기관에게 부여한 것이지 그 구성원 개개인에게 부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자각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칙하에 올 해에는 원만한 합의점을 찾았으면 한다.   더 이상의 논쟁은 본분을 벗어난 것으로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받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