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수사권체제를 보면 일본은 검사와 사법경찰과는 대등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예외로서 검사의 수사지휘를  인정하는  일반적 지시권, 일반적 지휘권, 구체적 지휘권을 통하여 검사의 수사지휘를 인정하고 있다. 

일반적 지시권이란 수사를 적정하게 하고 소추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수사사무처리 및 운용지침, 교통사고처리지침 등과 같이 준칙을 정하여 사법경찰을 지휘하는 권한을 말한다. 일반적 지휘권이란 개개의 사법경찰에 대하여 수사의 협력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경찰일반에 대하여 수사협력을 구하는 권한으로서 구체적 사건을 수사하는 점에서 일반적 지시와 구별된다. 구체적 지휘권이란 검사자신이 범죄수사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개개의 사건에 대하여 개개의 사법경찰을 지휘하여 사법경찰을 수사에 보조시킬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독일의 경우는 검사와 사법경찰과의 관계는 상명하복관계이지만 검사는 팔없는 머리로 비유되고 있어 사실상 경찰이 수사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검사와 사법경찰과의 관계는 검사는 소추기관이고 사법경찰은 수사기관이라는 점에서  대등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수사권체제는 각국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 사회구조, 범죄양상, 형사사법제도 등에 따라  각각 다르게 운영되고 있어서 검사와의 관계에서 사법경찰의 수사권의 내용 및 범위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하여 검사와 사법경찰과의 상명하복관계의 수사권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이를 조정하는 것이 기관간의 견제와 균형, 분권과 자율의 원리에 따라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경찰이 주장하는 수사권조정방안을 보면 형소법 제195조를 개정하여 경찰수사의 일반적 근거조항을 마련하여 경찰의 수사주체성을 인정하고 형소법 제196조와 검찰청법 제53조를 개정하여 검찰과 사법경찰과의 관계를 상명하복관계에서 대등협력관계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상 일반적 기준제정권을 부여하여 수사의 통일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고 경찰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며 현행과 같이 각종 영장청구권, 체포․구속장소감찰권, 긴급체포사후승인권을 유지하는 등 경찰수사에 대한 검사의 통제를 인정하고 있다.

 경찰수사현실을  감안한 경찰의 수사권 조정안에 대하여 검찰은 현행수사구조의 틀안에서 수사지휘를 일부 완화하여 경찰수사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기본방침하에 경찰의 조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검찰이 내세우는 반대논거를 보면, 첫째, 수사와 소추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분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수사는 궁극적으로 소추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공소제기, 공소유지권이 있는 검사가 초동수사부터 수사를 지휘하는 것이  법리상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수사권, 공소권, 형집행권이 검사에게 집중됨으로써 검사는 수사초기단계부터 사건에 개입하게 되어 소송당사자로서 객관적인 소송업무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사건에 대한 예단을 가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사, 공소, 재판, 형집행의 형사절차에서 수사와 공소 다같이 국가형벌권을 행사하기 위한 준비절차이므로 공소권은 검찰, 재판권은 법원, 형집행권은 교정기관에서 전담하는 것과 같이 국가형벌권의 기능상의 분립을 위하여 수사권은 경찰에게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둘째,  경찰에게 수사권까지 부여하면 경찰권이 비대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수사권을 경찰에게 부여하다고 해서 경찰국가화하는 경우는 없으며 오히려 검사가 수사권,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검찰파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셋째, 경찰이 수사권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기 쉽고 정치적 권력형비리에 대처하지 못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인사권, 조직권, 예산편성권과 같은 사항이지 수사권과 관련된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검사는 신분이 보장된 준사법관이므로 수사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을 받지 않아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수 있으나 경찰은 신분이 불안하고 중앙부서에 많은 협조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정치적 외압에 쉽게 굴복하고 정치세력에 이용되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는 논리이다.

넷째,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이후에 수사권이 조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수사권조정은 국가기관간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고 자치경찰제는 국가와 지방간의 분권과 자율의 원리에 따라  도입하려는 것이므로  자치경찰제를 수사권조정의 선결조건으로 내세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된다.  각국의 사례에서 보둣이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면서 수사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고 경찰본래의 임무로서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검찰의 반대논거는 국민들을 무시한 합리성이 결여된 기득권유지를 위한 억지논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수사권 조정은 경찰과 검찰간에 직역다툼의 감정적인 대립에서 벗어나 수사의 효율성 제고, 실체적 진실발견, 적법절차, 국민의 인권보장이라는 형소법의 이념의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이러한 대전제하에서 양기관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여 합리적인 수사권조정안을 마련하여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