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檢 수사구조 개혁 참여정부에서 마무리돼야

최 응 렬 박사(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2006년 10월 20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6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검․경 수사구조 개혁과 관련하여 양측이 성의 있는 대화와 타협, 그리고 단계적 접근을 통한 제도개혁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참여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자치경찰제의 시행과 검․경 수사구조 개혁을 경찰의 혁신과제로 선정하였으나 두 가지 모두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 마무리될 수 있을지 낙관할 수가 없게 되었다.

현 시점에서 검․경 수사구조 개혁과 관련한 논의가 잠잠해진 것을 보면 「국민의 정부」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마저 한다.

당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 공약사항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두 기관의 논쟁은 집단이기주의에 기초한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져 여론의 눈총을 받게 되었고, 급기야 대통령의 전면 논의 중단 지시에 따라 더 이상의 논의가 이어지지 못한 아픈 전철이 있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구조 개혁이라는 참여정부의 혁신과제를 추진하기 위하여 경찰과 검찰은 2004년 9월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 협의체」를 구성하여 수사구조 개혁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였으며, 2004년 12월부터 학계․법조계․시민단체 등 각계의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검․경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를 발족하여 운영하였다.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는 2004년 12월 20일부터 2005년 5월 2일까지 15차례의 회의를 개최하여 경찰과 검찰 양 기관에서 상정한 26개의 안건을 ‘민생범죄 등 경찰수사 자율성 보장’, ‘고소․고발사건 처리 혁신방안’, ‘기타 검․경간 업무의 합리적 개선’, ‘수사권 조정의 핵심 쟁점사항’ 등 크게 네 가지 틀로 나누어 논의하였고, 2005년 4월 11일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하여 바람직한 수사권 조정방안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인 수사절차에 관련된 의제들에 대해서는 일부 의견접근이 이루어진 것도 있으나 핵심의제인 경찰의 수사 주체성 인정과 검․경간 상호협력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의견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최종적인 수사권 조정안은 도출되지 못한 채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여․야의 입법안들만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다.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게 되어 있는 불합리한 현행의 수사구조를 하루빨리 국민에게 양질의 수사 서비스를 부여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찰을 위해서도 아니고, 검찰을 위해서도 아닌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제도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검찰과 경찰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경찰과 검찰에서 이중수사를 하면서 겪어서 하는 국민들의 불편을 계속해서 감수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차이로 인하여 사건이 송치된 후 피의자에 대한 검찰의 불필요한 이중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재조사를 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중조사로 인한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액튼(Lord Acton) 경의 말처럼 “모든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며,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검찰 권한의 남용을 막고, 권력기관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검찰에 독점되어 있는 수사권을 경찰과 검찰 두 기관으로 분산시켜 상호견제와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응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참된 인권의 보장은 절대독점권력 하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민주주의적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될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행정조직의 기본원리인 명령통일의 원리(unity of command)에도 위배된다는 점이다. 행정조직의 기본원리는 명령․지휘계통의 일원화, 즉 명령통일의 원리를 중요한 요소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와 경찰 상사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수사담당 경찰관은 혼란을 일으키고 수사행정의 효율화마저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경찰과 검찰이 그동안의 해묵은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견제와 균형’, ‘분권과 자율’에 충실한 합리적인 ‘민주 분권적 수사구조 개혁’을 통하여 국민에게 양질의 수사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아울러 경찰지휘부를 비롯한 15만 경찰관 모두가 ‘경찰의 수사 주체성 인정’과 ‘검․경 상호협력관계’를 골자로 한 수사구조 개혁을 위해 힘써 주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경찰지휘부가 15만 경찰이 당당히 일할 수 있도록 의연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경찰지휘부가 예전처럼 정치권에 휘둘리고 언론에 이끌리는 모습을 더 이상 보여주지 않기를 간곡히 간청한다. 현안 과제인 경찰 수사권 독립이 경찰의 가장 중요하고 중대한 일이라면 경찰지휘부가 모두 사직할 각오로 임한다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의 눈치나 살피려는 의연하지 못한 지휘부의 모습도 이제는 사라져야 할 때라고 감히 진언한다. 지난 11월 16일 경찰이 적발한 과학경진대회 ‘대리 작품’ 수상자 중에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 자녀 3명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전․현직 검사 가족은 입건조차 하지 않은 채 수사를 끝낸 일이 있다.

이처럼 검찰 앞에만 서면 당당하지 못한 경찰의 수사태도도 시급히 시정하여 스스로의 입지를 올곧게 세워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