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民편익 위한 搜査權 調整 시급  

 李 寬熙 (경찰대 교수ㆍ前 한국헌법학회장)

  경찰수사권 독립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경찰은 국가공권력의 상징으로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법치주의의 초석이다. 따라서 경찰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경찰의 위상을 바로 세우지 아니하고는 법치주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경찰기능 정상화의 가장 핵심적인 것이 경찰기능의 대본인 수사권의 독자성 확립임은 췌언을 요하지 않는다.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의 되었고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 9월 검찰과 경찰의 실무대표들로󰡐검․경 수사권조정 협의체󰡑를 구성해서 12월까지 9차례 회의를 가졌고, 그 후 2005년 1월 학계 등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검․경 수사권조정 자문위원회󰡑를 다시 구성 논의해 오다가 역시 핵심 쟁점은 합의를 보지 못하고 2005년 4월 공청회까지 여는 등 여러 우여곡절 끝에 역사상 처음으로 다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검․경수사권조정 정책기획단까지 발족해서 드디어 12월 5일 경찰수사권 독립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표하여 상당한 기대를 하였는데 검찰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었다. 그 후 다시 국무총리실과 청와대에서 조정하고 있고 경찰청에서도 내실있게 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지부진한 느낌이다.

 여기에서 우선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성안된 집권여당의 정책이 그렇게 쉽게 백지화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권독립이야 말로 우리의 법치주의를 한 차원 높힐 수 있는 근본책으로서 제17대 국회 개혁성의 상징이 될 수 있으므로 다시 한번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국회 논의를 시급히 촉구하는 바이다. 지금도 열린우리당의 홍 미영 의원과 한나라당의 이인기 의원의 훌륭한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으므로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얼마 전 경기도 포천 경우회원들이 법사위원장과 관련 국회의원들에게 조속한 심의·통과를 촉구한 것도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보여 진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도 앞으로 1년 반이나 남았으니 공약실현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기대해 본다.

 그런데 답답한 것은 일반국민이나 언론에서는 아직도 경찰수사권독립을 기관 이기주의적으로 보고󰡐밥그릇󰡑싸움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경찰은 수사권 조정이야말로 국민의 권익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국민의 의식 속에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경찰의 독립적 수사결과를 국민에게 직접 알리면서 동시에 검찰에 송치한다󰡑는 전략이다. 그렇게 되면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국민의 권익보장이 확실해 진다. 첫째는 경찰의 수사결과를 빨리 알게 된다. 현재는 검사의 지휘를 받느라 오랜 시간 애매한 상태로 지연되는데 바로 법적 불안정 상태의 장기화가 국민불편이고 인권침해인 것이다. 둘째는 경찰수사 결과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경우에 한번 더 검찰의 심사를 받을 수 있다. 결국 그러한 수사행정체제를 갖추게 되면 경찰은 보다 책임있게 수사를 하게 되고 검찰은 일이 반감되면서 보다 중요한 사건과 기소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서 그야말로 검․경 모두에 효율적인 「윈-윈 전략」인 것이다.

 여기에서 경찰수사 결과를 국민에게 직접 알리려면 독립적 수사주체(형소법 제195조 개정)가 되어야 하고 검찰의 지휘배제(제196조 개정)가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종결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전지휘 대신에 송치 후 사후통제로서 충분하다. 더구나 인권에 중요한 영장청구권을 검찰이 갖고 있으니까 문제가 없다. 다만 법개정 후 경찰은 책임있는 수사행정체제를 갖추기 위하여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혹시나 경찰수준이 나아지면 가능하다는 논의에 대하여는 선진국의 형소법이 경찰의 수준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 된다.

 덧붙여 경찰수사가󰡐민생범죄󰡑라는 개념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 세계 어느나라도 그러한 구분을 하는 경우는 없고, 경합범의 경우 등 그 경계가 애매하기 때문에 권한다툼 등 혼란만 야기할 것이다. 일본식으로 수사권을 개방하면 자연히 대형 정치․경제 사범 등 중요범죄(3%)는 검찰이 하게 되고, 그 밖에 일반 범죄(97%)는 경찰이 맡게 되는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