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형사소송법 제정과정을 통해 본 올바른 검경관계.김택수 (경찰대학 교수, 프랑스 낭시대학 법학박사)
프랑스 형사소송법 제정과정을 통해 본 올바른 검경관계
김택수 (경찰대학 교수, 프랑스 낭시대학 법학박사)
법사위의 법안심사와 본회의 통과를 남겨둔 현 상태에서 수사권조정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많아지고 있다. 수사권조정의 필요성과 당위성과 관련하여 필자는 50년 전 사법경찰관에게 수사주체성을 인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을 통과시킨 프랑스의 경우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상 프랑스의 형사법제는 직접적인 루트가 아닌 일본을 통하여 우리 형사법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 중에서 현재 수사권조정에서 주체성인정과 관련하여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양 당사자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그 제도의 기원을 바로 프랑스에 두고 있다. 검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3세기 말 중세시대 왕실의 세정이익과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두었던 ‘왕의 대관’에서이며, 반면 사법경찰관제도는 1808년에 제정된 나폴레옹의 치죄법에서 처음으로 그 용어가 등장한다.
그런데 프랑스는 1789년 대혁명을 거치면서 한편으로는 삼권분립을 통하여 행정부와 사법부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였으며 인권선언을 통하여 당시 치안유지의 임무를 수행하던 군경찰(국방부소속)의 인권침해와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경찰력이 사법당국과 행정당국에 철저하게 복종할 것을 규정하였다. 이러한 정신은 나폴레옹의 치죄법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었고 현행범 수사에 있어서 검사의 위임에 의해서만 수사할 수 있는 등 실제 수사를 담당하면서도 법률상 그 권한은 극히 제한적 이었다. 이런 점은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수사의 주체자인 검사(제195조)와 검사의 수사지휘에 근거한 수사권(제196조)이라는 수사구조와 유사한 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운용상에 있어 규범과 현실사이에는 많은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었으며 법률의 미비는 오히려 탈법을 조장하는 요인이 되었다. 결국 인력이 부족한 예심(수사)판사들은 법적 근거없이 사법경찰관에게 수사를 위임하였으며 사법경찰관들은 사법경찰리들에게 수사를 재위임하게 되었고, 또한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공소제기 여부에 대한 판단자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광범위한 임의수사를 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러한 괴리가 당시 대법원의 판례에 의해 일부 적법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으나 1958년의 형사소송법제정으로 법률과 현실의 괴리를 과감하게 치유하게 된다. 당연히 그 변화의 방향은 사법경찰관제도를 정비하여 사법경찰관의 수사주체성을 인정하고 사법경찰관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우선 사법경찰관의 범주에 검사와 예심판사를 포함시켰던 치죄법과 달리 형사소송법은 이들을 제외시켰으며, 사법경찰리를 신설하고 사법경찰관에게 독자적인 수사개시․진행권을 명문화하고 각종의 강제처분권을 부여하였다. 또한 검사의 수사권을 원칙이 아닌 예외로 규정하여 필요한 경우 사법경찰관의 권한을 원용하도록 하였다. 이는 수사의 주체를 검사에게서 사법경찰관에게로 전환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검사는 공소제기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통제자로서의 역할에 치중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경찰은 항시 권한남용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검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프랑스 대혁명시기의 전근대적 사고방식에 불과하며 변화된 치안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역할모델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 프랑스의 J. Montreuil 교수는 다음과 같이 역설하였다.
“경찰은 이제 사법당국이나 다른 관청의 청구에 그때그때 복종하는 과거의 공안관리의 작품이 아니다. 새로운 범죄의 출현, 범죄자들의 기동성과 범죄기술에 맞서 강력한 수단을 부여받은 부서전체의 행동으로 반드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중략) 경찰력은 피동적이며 복종적인 1789년(인권선언)의 경찰력(공안력)과는 거리가 멀다. 몇몇 사람들이 사법당국이나 행정당국의 청구에 시체처럼(perinde ac cadaver) 복종하는 구식의 경찰이미지를 지속시키려고 애쓰는 것을 통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검찰에서는 대륙법계를 대표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예를 들면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정당화하려고 하나, 이 나라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검사는 공소기관으로서 통제자의 역할에 치중할 뿐이며 자체 수사인력을 통하여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점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의 검찰은 공소기관이자 수사기관으로서의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점이 상하지휘관계가 아닌 대등협력관계를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프랑스의 형사소송법 제정과정을 상기하며 경찰이 현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수사권조정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