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찰 창설 60주년에 부쳐
오늘(21일)은 국립경찰 창설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경찰은 국민과 접촉하는 최일선 법집행기관으로써 국가공권력의 상징이요 정부의 얼굴이며 거리의 재판관이고 법치주의 초석이요 교사이다. 그러나 환갑을 맞은 우리의 경찰은 아직도 그러하지 못하다. 범죄검거율과 치안상황이 세계적임에도 어딘지 당당하지 못하고 구차한 느낌이다. 런던 파리 뉴욕 등 세계적인 도시에 가보면 이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왜 그럴까. 그 근본적 원인은 무엇보다 경찰기능의 기본인 수사권이 법적으로 경찰에게 인정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사의 지휘를 받아서 수사해야 하는 법적 구조하에서 정당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국민 앞에 당당히 서기가 어려운 입장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그간 수사권조정에 관하여 활발한 논의 끝에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 경찰에게 독자적수사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현재 여야 의원에 의하여 형소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고, 정부·여당에서도 최종적인 개정안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준비 중인 정부·여당 안에서 범죄의 영역을 분할하는 방향으로 소위 ‘민생범죄’ 에 국한하여 부분적 수사권만을 인정하자는 의견이 나오는데 그것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민생범죄의 범위를 정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거니와 오늘날 범죄는 통상적으로 경합범의 형태를 띠는경우가 많으므로 그 기준도 혼란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할 때 검·경간의 선의의 경쟁도 있게 되고 현재 일본의 경우와 같이 자연스럽게 검·경간의 역할 분담도 이루어진다고 본다. 즉 검·경간에 범죄 직접취급 비율이 현재 일본의 경우가 우리와 비슷한데 그렇게 볼 때에 현재 우리 경찰이 취급하는 97%의 범죄를 민생범죄로 볼 수 있고, 나머지 3%가 공직자비리를 포함한 정치범죄, 대형 경제사범, 사회구조적 조직범죄 등 검찰이 취급하는 특별범죄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97%의 민생범죄도 검찰에 송치 후에는 검찰의 법적 통제를 받는 것이고 그 중 국민의 인권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문제는 검찰의 전권사항이므로 더욱 문제가 없다 할 것이다.
혹자는 아직까지 자치경찰제가 도입되지 못한 우리와 같은 중앙집권적 경찰에 수사권을 주면 남용된다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자치경찰제와 수사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하는 말이다. 자치경찰제는 치안서비스 면에서 각 지역주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주민근거리 경찰행정을 하자는 것이므로 그것으로 해서 법위반 사범을 다루는 수사의 내용이 달라질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경찰의 수사는 검찰에 송치 후 검찰의 법적 통제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중앙의 경찰청장 등 상급자가 지시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이다.
다만 경찰청장 2년 임기제 도입으로 많이 개선되긴 하였지만 현재 행정자치부 소속하에서 총경 이상의 인사를 경찰청장이 추천하고 행자부 장관이 제청하는 체제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행자부 장관 산하의 경찰위원회가 있지만 형식적인 면이 많기 때문에 일본과 같이 행자부로부터 독립하여 국무총리 산하에 경찰을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중립적인 민간우위의 국가경찰위원회 설립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치경찰제는 기초자치단체 시군구에 별도의 ‘자치경찰대’를 설치하여 기존의 국가경찰을 보조하는 정도이므로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적ㆍ권력통제적 자치경찰로 보기 어렵다. 일본에서와 같이 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 구성하는 지방경찰위원회를 설치하여 주민친화적인 경찰의 분위기를 일구어 나가야 할 것이다.
21세기 우리 경찰은 수사권독립을 계기로 세계 일류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특히 경찰대학에 대학원을 설립하여 세계적인 경찰학 메카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