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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은 시대적 요구
徐輔鶴(경희대 법대 교수, 검경수사권조정자문위원)
만시지탄이지만 참여정부 들어 검․경간의 수사권조정 노력이 본격화된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검․경이 지난해 9월 ‘수사권조정 실무협의체’를 구성한데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초까지는 각계 대표가 참여한 ‘검․경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가 15차례의 회의와 공청회를 통해 수사권조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바 있다. 그러나 양 기관의 첨예한 대립으로 아직 구체적인 조정안은 타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최근 검․경간의 수사권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됨으로써 이제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의 장은 국회로 넘어가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도 전문가 및 시민들의 여론을 살피면서 내부적으로 조정안을 만들기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충분히 공론화 과정을 거친 만큼 이제는 국민의 이익과 한국형사사법시스템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해 합리적인 수사권조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와 같이 검찰이 수사권 및 기소권을 독점하고 경찰을 일방적으로 지휘․명령하는 상명하복식 수사권구조가 ‘자율과 책임’, ‘분산과 균형’을 강조하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우리 사회의 민주적 성숙도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음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정부조직법상 각 별개의 기관인 검찰이 경찰을 일방적으로 지배․조정함으로써 민주사회의 권력분립원칙이 침해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검찰권력의 독주 및 견제장치의 부재라는 큰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독점적․일방적 수사권구조는 총체적으로 수사권의 부실행사(은폐․축소․편파수사․부당간섭) 및 수사단계에서 피의자의 인권보장 약화라는 부정적 결과를 낳는 원인도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검․경간의 관계를 현재의 일방적․지배적 관계에서 균형적 관계로 바로 잡고 수사권력 상호간을 감시와 견제의 관계에 놓음으로써 특정권력의 독주를 예방하고, 수사왜곡을 방지하여 사법정의를 실현하며, 나아가 수사과정의 인권침해에 대한 쌍방의 감시를 통해 인권보장적 수사관행의 정착을 촉진하는 등 법치국가 형사사법의 기본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검․경간의 합리적인 수사권조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중차대한 사법개혁의 과제임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앞서 언급한 검․경수사권조정자문회의와 공청회에서 ‘송치전 경찰수사의 독립’을 주장하면서, 구체적으로는 형사소송법 제195조에 사법경찰관의 수사주체성 인정, 동법 제196조에 검․경간의 관계를 상호 협력관계로 설정, 경찰수사에 대한 검찰의 합리적인 통제를 위해 경찰에 전건송치의무 부과, 검찰에 ‘수사준칙제정권’ 보장, 경찰수사결과 및 인권침해여부에 대한 관련자의 ‘검찰이의제도’ 신설, 송치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요구권 인정 등을 제안한바 있다. 이 정도는 경찰수사에 대한 검찰의 합리적인 통제를 보장하면서도 검․경간의 관계를 균형적 관계로 바로 잡고 경찰수사에 권한과 아울러 책임을 부여하는 최소한의 요구라고 생각한다. 검찰은 소송법의 개정 없이 수사실무의 변경을 통해 수사권의 조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수사권의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민주적으로 분점할 뜻이 전혀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선진형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수사활동에 대한 법원의 사법통제가 더욱 강화되어야만 한다. 반면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과 경찰은 범죄수사에 있어서 상호 협조하면서도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관계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나아가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공소기관인 검찰은 경찰수사의 인권침해 감시와 송치된 수사결과의 사후감독 및 본래의 기능인 공소유지에 힘써야 한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되 국민적 관심이 큰 권력형 비리사건 등에 집중하는 것으로 족하다. 최근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어느 때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검․경간의 합리적인 수사권 조정과 역할 재정립을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은 해방 후 60년을 거치면서 민주화를 이룩해 내고 인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올려놓은 현재의 우리사회가 원하는 시대적 요구인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가 민의를 잘 살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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