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물러서지 않는다」 15만 경찰조직의 總帥(총수)인 許准榮(허준영·53) 경찰청장은 지난 1월 청장 취임 이후 검찰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上命下服(상명하복)」 관계인 검찰과 경찰의 지위를 「相互協力(상호협력)」 관계로 바꾸어야 한다』는 게 그의 취임 일성이었다.      許准榮 청장이 추진 中인 「경찰 위상정립 방안」의 핵심은 「수사권 조정」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모든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아 왔다. 이제 특정한 사건을 제외한 일반 사건 수사는 경찰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와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즉각 반대 의견을 밝혔다.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人的 자원이 부족한데다, 경찰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자칫 인권침해의 우려가 높다」는 논리였다.      수사권 조정문제를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지자, 李海瓚(이해찬) 국무총리가 나서 조정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검찰의 강력한 반대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許청장이 수사권 독립문제를 계속 강하게 제기하고 나서자, 일반 경찰들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이라는 체념이 『총대를 멘 許청장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지난 6월4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경찰청장 접견실에서 許准榮 청장을 만났다.      정복차림을 한 許청장의 양 어깨 위에는 큰 무궁화 4개가 어깨가 비좁은 듯 달려 있었다.      『일부에서는 경찰의 수사권 조정 주장을 검찰과의 밥그릇 싸움에 비유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경찰은 밥그릇도 없고, 먹을 숟가락도 없습니다. 형소법을 개정하지 않고 몇 가지 수사상의 절차만 바꾸자는 검찰 등의 주장을 절대 수용할 수 없습니다』      許准榮 청장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작심이라도 한 듯,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면서도 강하게 표현했다.         밥그릇 싸움 아니다      ―檢·警 간 수사권 조정문제로 지난 6월2일 李海瓚 국무총리 주재로 검찰과 경찰 수뇌부가 만찬회동을 가졌는데, 폭탄주만 먹고 끝났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그날 단단히 벼르고 그 자리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李海瓚 국무총리께서 만찬이 시작되기도 전에 「업무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말자」며 미리 선을 긋고 나오시더군요.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金鍾彬(김종빈) 검찰총장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는데, 오늘 못한 이야기는 따로 만나서 이야기 합시다」라고 했죠. 그랬더니 金총장도 「그럽시다」라고 하더군요. 저로서는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정작 시험이 연기된 꼴이죠』      ―檢·警 간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가장 원초적인 문제는 무엇입니까.      『얼마 전, 우연히 구내식당에서 기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게 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기자들에게 퀴즈를 냈어요. 「지구상에 없는 게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이 무엇이겠느냐」는 것이지요. 정답을 맞히는 기자에게는 넥타이를 선물하겠다고 했지요』      ―그 두 가지가 뭔가요.      『宋기자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지구상에 없는 두 가지는 「다케시마」와 「경찰 수사권」』    지난 3월19일 許准榮 청장이 獨島를 방문, 獨島 경비대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글쎄요. 짐작이 안 가는군요.      『의외로 한 기자가 맞히더군요. 지구상에 없는 두 가지 중 하나는 「다케시마(竹島【島)」입니다. 日本이 우리 영토인 獨島를 「다케시마」라고 부르며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은 말이 되지를 않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 경찰의 수사권」입니다. 저는 정답을 맞힌 기자에게 넥타이 하나를 선물했습니다』      ―경찰이 요구하는 수사권 조정의 핵심이 뭡니까.      『일반 국민 상당수가 경찰의 수사권 조정요구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경찰의 주장은 「검찰」로만 한정돼 있는 수사 주체를 「검찰과 경찰」로 하자는 것입니다.      외국의 주요 국가 대부분이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대한민국만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英·美法에는 訴追(소추: 검사가 형사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것)와 수사가 분리돼 있습니다. 즉 수사는 경찰이 하고, 起訴(기소)는 검찰이 하는 것이지요』      ―소추와 수사가 분리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검찰이 소추와 수사를 장악할 경우, 소추에 유리하도록 수사를 인위적으로 한 방향으로 끌고 갈 우려가 높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그렇다면, 검찰이 소추와 수사를 함께 담당하고 있어서 그동안 인권침해 소지가 있었다는 것입니까.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인권침해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물론, 경찰의 입장에서는 소추와 수사를 완전히 분리해, 수사는 경찰이 전담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검찰에게 수사 주체에서 완전히 빠지라고 하면, 가만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일단 검찰의 기존 수사주체권을 인정하면서, 이와 함께 경찰도 수사 주체로 인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검찰 권한 커지면 오남용 생기게 마련』      許청장은 『연간 200만 건의 형사사건 중 97%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며 『형사사건 대부분을 처리하고 있는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원탁 유리판 밑에 끼워져 있는 「각국의 검사권한 비교표」를 가리키며 『우리나라 검사는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서 『검찰로서도 권한이 너무 커지면 권한의 오남용이 생기게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수사 주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점들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우선, 경찰의 책임감이 결여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늘 사건현장에서 숨쉬는 경찰은 검사보다 현장감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수사에는 「지식」보다도 「경험」이 훨씬 중요하게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      사건경험이 경찰보다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검사가 수사지휘를 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동떨어질 때가 있게 마련이죠. 이 과정에서 경찰은 「에라, 모르겠다. 검사가 지시하는 대로만 하자」는 쪽으로 흘러가 버릴 때도 있는 것입니다』      ―경찰은 수사를 제대로 하려고 하는데, 경험 없는 검사의 수사지휘 또는 간섭 때문에 정밀한 수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자기 책임下에 일하는 경우와 지시를 받아 하는 경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자기의 책임下에 어떤 일을 할 경우가,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아 하는 경우보다 효율성이 훨씬 높다는 의미입니다』         『「權檢責警」을 「權警責警」으로 바꾸어야 한다』      ―「책임을 지고 수사를 하고, 수사가 잘 못됐을 경우 응분의 책임을 질 테니까, 그에 따른 권한도 달라」는 게 경찰의 주장인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現 상황을 한번 보세요.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사건의 경우 수사 성과가 부족할 경우, 국민은 경찰을 질타합니다. 경찰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선 수사는 경찰이 하지만, 수사지휘는 검사가 합니다. 경찰은 검사의 지휘에 따라 움직인 죄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이 아닌,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질타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한 게 현실입니다』      許准榮 청장은 『지금의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權檢責警(권검책경: 권한은 검찰에 있고, 책임은 경찰이 진다)」인데, 이제는 權警責警, 즉 수사에 대한 모든 책임을 경찰이 질 테니까 그에 따른 권한도 경찰에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을 경찰에 넘겨 달라는 것입니까.      『사건수사는 「수사착수 → 본격적 수사 → 수사종결(사건 검찰에 송치)」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지금은 수사착수 단계에서부터 종결까지 모든 과정에 검찰의 지휘를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수사착수 및 본격적 수사단계에서는 경찰이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달라는 것이죠. 수사종결권(불기소 처리)과 소추를 위한 경찰의 보안수사 지시권, 중요한 정치 및 경제 사건 등에 대한 수사권한에 대해서는 계속 검찰이 담당을 하라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경찰이 수사를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경찰에 대한 검찰의 징계요구권도 지금처럼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게 아닙니다』      許청장은 『독자적인 수사 착수 및 진행권한을 경찰에 부여할 경우, 이중수사의 폐해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경찰이 수사한 결과를 검찰이 다시 처음 단계에서부터 再수사를 하는 바람에 사건 당사자들은 결국, 중복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한은 검찰이 가지고, 경찰은 책임만 진다」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죠.      『예를 들어 경찰이 생선도둑을 잡았을 경우 이런 일이 생깁니다. 도둑이 훔친 생선은 압수하게 되지요. 그런데 생선가게 주인은 경찰에게 「도둑맞은 생선을 돌려 달라」고 요구합니다. 경찰로서는 생선을 곧바로 주인에게 돌려주고 싶은데,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합니다. 검사의 지휘를 받는 과정에서 생선이 다 썩어 버리게 됩니다. 이때 생선가게 주인은 누구를 책망하겠습니까? 경찰을 책망하게 됩니다』         『검찰권력 견제 위해서도 수사권 필요』      ―수사 착수 및 진행 권한이 경찰에 부여되면, 검사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경우도 발생하겠군요.      『그렇지요. 검사도 잘못을 하면 조사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경찰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검사에게 조사받고 형사처벌도 당하지 않습니까.      사실, 경찰에는 검찰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들어옵니다. 검찰 공무원들의 비위사실에 대한 정보가 입수되면, 사실확인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경찰이 검찰 공무원들을 조사한 적이 있는지요.      『없지요. 우리에게도 검찰의 비리 첩보가 간혹 입수됩니다. 그러나 검찰의 비위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경찰이 수사를 하려고 하면 검찰로 송치하라고 해서 경찰은 아예 수사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합니다. 사건을 검찰에 넘기라는 지시를 경찰로서는 어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형소법상 수사의 모든 지휘권이 검찰에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반대하는 이유 중에는 이런 상황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검찰공무원도 잘못을 하면, 당당하게 경찰에 나와 수사를 받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주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96조(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한다)의 개정도 주장하고 있죠.      『그렇습니다. 형소법 제196조는 경찰과 검사의 관계를 「上命下服」 관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조항을 「상호협력」 관계로 바꾸어 달라는 것입니다.      검찰은 내부 분위기상 경찰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의 입장에서는 경찰과 검사가 상호협력을 하되,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이 지금처럼 경찰을 지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許准榮 청장은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현행 형소법 제196조를 「경찰과 검찰은 상호협력하여야 한다」로 개정하되, 검찰이 경찰을 지휘할 수 있는 범죄를 대통령령으로 별도 명시화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許청장은 『일단, 일반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경찰에 부여한 뒤, 경찰이 무리 없이 업무를 처리해 나갈 경우 검사가 경찰을 지휘할 수 있는 범죄의 종류를 줄여 나가는 방안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했다.         경찰 수사권 독립에 변호사들도 反對      ―검찰은 「수사권이 경찰에 넘어가면, 경찰의 부정부패 및 인권침해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인권문제에 관한 한 특정기관에서 다른 기관의 인권을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할 말은 많지만, 참겠습니다.      경찰은 制服(제복)조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손바닥 보듯이 다 공개돼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진다고 해서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검찰의 수사행태를 보세요. 일단 수사내용을 보안에 부친 뒤, 필요에 따라 하나씩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까』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대해 대부분 변호사들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변호사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변호사들의 반대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제 추측에는 변호사들의 사건수임 수입 중 대부분이 형사사건입니다. 지금은 사건의 수사지휘를 검찰이 하고 있기 때문에, 사건 초동단계에서는 검사하고 얘기를 하면 됩니다.      그러나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올 경우, 검사·판사 출신 변호사들은 경찰서에 나와 수사경찰과 얘기를 해야 합니다. 그동안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던 변호사들이 경찰관들에게 부탁을 해야 한다는 상황이 마음에 들 리는 없겠지요』      ―역대 경찰청장들이 한 번쯤 수사권 독립을 거론했다가 검찰이 반대를 하면 슬그머니 목소리를 감추곤 했습니다. 그런데 許청장께서는 이 문제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경찰의 선배님들도 수사권 독립문제를 절실하게 생각하셨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뜻을 꺾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문제를 오랫동안 생각해 왔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경찰內 모든 여건이 성숙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사권 독립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한 것입니다. 저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를 꼭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여건이 성숙됐다는 얘기인지요.      『과거처럼 길거리에서 교통순경이 돈 받고 하던 시절에는 말도 꺼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의 시각도 많이 바뀌었고, 경찰 내부에서도 자질이 우수한 직원들이 대거 충원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이나 정부에서도 이제 경찰의 수사권을 독립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구요』      ―검찰은 경찰에서 최근 수사한 사건 중 「불량 만두소 파동」이라든지 「연예인 병역비리사건」, 「인천시장 뇌물수수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몇몇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부실수사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실수를 하지 않나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검찰의 수사에도 허점이 많습니다. 검찰이 수사해 기소한 대형사건들 중 재판과정에서 뒤집히는 사례도 많지 않습니까. 저희들에게 검찰의 「실수 리스트」도 있지만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         「탁상머리 수사」와 「길거리 수사」      許청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것은, 수사는 사법고시에 합격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잘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수사에는 수사관들의 법률적 지식도 필요하겠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실무경험입니다. 경찰의 보고서를 보고 사건내용을 파악한 뒤 경찰에 수사지휘를 하는 검사와 일선 사건현장에서 시체를 만져 가며 수사하는 경찰 수사관 중 누가 사건을 잘 해결하겠습니까. 「탁상머리 수사」와 「길거리 수사」는 다른 것입니다』      ―검찰이 수사권 조정문제에 대해 계속 반대할 경우 어떻게 할 생각이신지요.      『궁극적으로 수사권 조정 여부는 결국 국회에서의 형소법 개정 문제로 귀착됩니다. 저는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서 수사권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형소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이 원하는 대로 형소법이 개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국회 법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법사위원 대부분이 법조인 출신으로 구성돼 있어, 경찰보다는 검찰의 입장이 더 강하게 반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찰의 요구가 무리하거나 조직 이기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경찰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기 때문에 저는 법사위원들께서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찰의 수사권을 독립하는 방향으로 진작에 법이 개정되었어야 하는 만큼 법사위원회에서 이런 점들이 당연히 반영되리라고 봅니다』      ―국회가 경찰 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형소법을 개정해 주리라고 자신하는 근거가 있는지요.      『국회는 국민의 代議(대의)기관입니다. 우선 국민의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과거와는 크게 다르게 향상됐다는 점을 국회의원들이 실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검찰이 국가조직 중 유일하게 성역화돼 있어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도 국회가 잘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검찰이 더 이상 국민에게 두려운 조직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됩니다』         『공인 탐정제도 도입 검토』      ―우리도 이제는 「공인 탐정제도」를 도입할 시기가 아닐까요. 실종사건을 비롯한 간단한 수사는 공인탐정들에게 맡기고, 국가가 이 탐정들을 공무원 수준에서 엄격하게 관리할 경우 인권보호는 물론, 신속한 사건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권도 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인 탐정제도를 도입하려고 할 경우, 국민으로부터 경찰이 지나치게 자기들의 밥그릇을 챙긴다는 느낌을 줄 우려가 있습니다. 일정 기간 수사분야에서 근무를 한 전직 경찰관들이 탐정업무를 맡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許청장께서는 강원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를 하다가 盧武鉉(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 발탁됐습니다. 그 뒤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승진을 했고, 다시 1년 만에 경찰의 총수가 됐습니다. 일종의 고속승진이라고 볼 수 있는데, 盧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는지요.      『盧武鉉 대통령과는 평소 일면식도 없었습니다. 제가 강원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할 당시 어느 날 柳寅泰(유인태·現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정무수석비서관 내정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柳수석이 저에게 「경찰조직 안에서 許청장의 평가가 상당히 좋더라. 함께 일을 하자」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얼떨떨했지요. 柳수석내정자와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청와대에서 치안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盧대통령으로부터 상당한 신임을 얻었다고 하던데요.      『제가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盧대통령을 측근에서 모셨지요. 저는 盧대통령이 균형감각을 가지고 업무를 처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권력 도전행위 강력 대처할 생각』      ―최근 利敵(이적)단체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美軍철수 등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는 도중 경찰을 구타하는 등 공권력을 훼손하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공권력을 바로 세울 수 있겠습니까.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합니다. 제가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할 때 불법시위자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곧바로 검거하도록 지시한 적도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불법시위자가 있더라도 시위가 끝난 뒤 사후에 처리하는 게 관례였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공권력에 대한 훼손행위를 엄정하게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시에 엄정한 법 집행을 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는 게 사실입니다. 휘어진 나뭇가지를 한꺼번에 바로 세우려면 가지가 부러지게 됩니다. 저는 서서히, 그러나 계속적으로 공권력을 바로 세우는 방향으로 법을 엄정하게 집행해 나갈 생각입니다』      ―지금도 경찰內 인사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人事(인사)가 萬事(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 조직원 모두가 공감하는 인사는 조직운영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런데 人事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저는 취임 초부터 「시스템에 의한 人事」, 「능력과 성과에 입각한 人事」, 「분권적·자율적 人事」, 「차별 없는 균형人事」라는 人事 4대 원칙을 세워 이를 적극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찰도 대표적인 인사적체 기관이죠.      『경찰 인사적체의 가장 큰 요인은 「경사」 이하 경찰관이 전체의 84.8%나 차지하는 「에펠탑형」 계급구조에 있습니다. 일반직에 비해 하위직이 지나치게 많지요. 그동안 「경위」와 「경감」 등의 정원이 다소 늘어나기는 했으나,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이 직급들을 늘려 나갈 생각입니다』      ―경찰 하위직 처우가 여전히 다른 기관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찰관들이 격무에 상응한 복지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위험수당 지급, 초과근무수당의 현실화, 대우공무원제 도입 등을 최우선적 과제로 선정,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週 40시간 근무시대에 걸맞은 교대근무제 도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구요』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하다가 왜 경찰로 전직을 했습니까.      『스토리가 좀 긴데 괜찮겠습니까. 저는 사실 중·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농땡이」를 많이 쳤어요. 그래서 中3 때는 월말고사 답안지를 백지로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뭐, 이유 없는 반항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제가 좀 순진한 면이 있습니다. 저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중·고교 생활기록부 제출요구를 받고 청문회 위원들에게 있는 그대로 모두 제출했습니다.      그랬더니, 한 위원이 저에게 중학교 3학년 생활기록부에 「준법정신 없음」이라고 기재된 것을 문제 삼아 「준법정신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경찰로 근무를 하느냐」고 하더군요. 허허』      ―대답하기 곤란했겠네요.      『순간 난감하더군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사춘기병을 심하게 앓아서 선생님 말씀을 안 들었던 것 같다. 다른 학년의 생활기록부를 보면, 의리 있고 협동심 강한 학생이라고 기재돼 있다」고 했죠』      ―언제부터 경찰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까.      『어릴 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면, 대부분 대통령이나 경찰서장·검사·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저는 교통순경이 되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한번은 어머니가 지나가다 제가 이렇게 대답을 하는 것을 보시고는, 저를 구석으로 데리고 가더니,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라는 것입니다. 그때만 해도 교통 신호등이 별로 없이 수신호로 했습니다. 그래 제가 「교통순경이 서라고 하면 대통령도 서고, 대장도 서지 않느냐」고 했지요』         『경찰서장 되고 싶어 고시공부했다』    許准榮 경찰청장과의 인터뷰 장면.   ―경찰관이 되고 싶은 분이 왜 외무고시 공부를 했나요.      『고려大 행정학과를 졸업(1977년)하고 서울大 행정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이 때부터 뒤늦게 고시공부를 했지요. 저는 뒤늦은 것을 만회하려고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사법·외무·행정 3고시에 모두 도전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욕심이 많았지요.      저는 고시를 통해 곧바로 경찰서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총경이 경찰서장을 하지만, 그때에는 고시를 패스하면 군수도 하고, 경찰서장도 할 때였습니다』      ―열심히 공부를 하셨던 모양입니다.      『하루에 17시간씩, 3년 정도 공부를 했습니다. 하루에 식사를 5끼 했어요. 음식 먹는 걸 좋아했고, 또 별다른 樂도 없지 않습니까. 오전 7시에 식사를 한 뒤 그 이후 11시, 오후 3시, 저녁 7시, 밤 11시 4시간 단위로 식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법고시·행정고시 서브노트가 거의 다 완성됐어요. 저는 서브노트를 굉장히 중시했습니다.      3년째 되던 해 1월에 외무, 4월에 사법, 8월에 행정고시 시험이 있었는데. 1·2차 시험 보려면 얼마나 바쁜지. 이 해에 외무고시에 합격했어요』      許청장은 외무고시를 통해 외교관이 된 데 대해 『고시 출신자들이 경찰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다른 정부 부처에서 2년간 근무를 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자격요건 때문』이라고 했다. 許청장은 『외교관으로 생활하면서 경험도 쌓고 그동안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도 도전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왜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보지 않았나요.      『외무부 기획관리실, 동남아과를 거쳐 駐佛 한국대사관 근무 발령을 받았죠. 프랑스에 도착한 3일 뒤 아내와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와 함께 영국 런던으로 자동차 여행을 갔었습니다. 물론 승용차 트렁크에는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보기 위한 중요한 내용들을 정리한 서브노트를 싣고서 말입니다』      許청장은 『런던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일어나 보니 승용차 문과 트렁크가 열려 있었다』고 했다. 밤새 도둑을 맞은 것이다. 許청장은 『서브노트를 찾기 위해 영국 경찰에 신고도 하고 노력을 했지만, 끝내 찾지를 못해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포기했다』고 했다. 許청장은 『「더 이상 공부를 하지 말라는 뜻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공부를 더 이상 하기 싫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고시 출신자들이 간부로 경찰에 오면, 기존 조직과 융화가 잘 안 되었을 텐데요.      『저는 그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경찰에 와서 쇼크를 받았습니다. 저를 만나는 사람마다 「그 좋은 외교관 자리 놔두고 왜 경찰로 왔느냐」고 했어요. 처음에는 부드럽게 대답을 했지만, 안 되겠더라구요. 그래 그 다음부터 그런 얘기를 하는 경찰을 만나면 「외교관이 부러우면 당신이 외교관을 하지, 왜 경찰을 하고 있느냐」고 쏘아붙였죠』         『직업에 대한 자긍심 갖는 게 중요』      許청장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자긍심을 갖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만족을 하지 않더라도 근무하는 동안에는 스스로 최면을 걸어서라도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된 데 대해 만족하는지요.      『제가 경찰총수가 되었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저는 정말로 제가 경찰이 된 데 대해 아주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경찰관들도 許청장과 같이 경찰이 된 데 대해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군요.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알겠습니다. 제가 우리 경찰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복지를 비롯해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친은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아버지는 결혼하시기 전에 1946년부터 3년 동안 대구에서 경찰관을 하셨어요. 그러다가 간부후보생 시험 준비를 하려고 휴직했다가 그 길로 그만두시고, 사업을 하셨습니다』      3남1녀 중 맏이인 許청장은 대구에서 태어나 삼덕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뒤 종로초등학교로 전학해서 졸업을 했고, 경북中·高를 나왔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두 시간이 흘러 시간은 오후 4시를 조금 넘었다. 청장 부속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취임 이후 수사권 조정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고 나섰는데, 뜻대로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지도력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문제는 누구의 지도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해 주저할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내일 그만둔다고 해도 저는 수사권 조정 문제를 마지막 순간까지 강력하게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사권 조정 문제에 직위 걸었다』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에 자리를 걸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습니다. 저는 「길이 아니다」 싶으면 항상 사표를 낼 각오로 생활을 해왔습니다. 지난번 저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에도 양복 안주머니에 사표를 넣어서 갔습니다. 비록 제가 국회의 동의를 받지 못할지라도, 경찰총수 후보답게 매사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許准榮 청장은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소신을 가지고 경찰조직을 이끌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만, 경찰의 수사권 조정 요구는 경찰의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국가 사법조직의 유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이뤄져야 합니다.      이것을 조직의 이기주의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만, 그들이야말로 조직 이기주의에 빠진 사람들입니다. 국민 70% 이상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을 다른 기관이나 국회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檢·警 수사권 조정의 核心 檢·警 간 수사권 갈등은 60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조직이 출범하던 해인 1954년 검찰과 경찰의 지휘관계를 규정한 형사소송법이 제정됐다. 그 내용은 「수사의 主宰者(주재자)는 검사」(현행 형소법 제195조)이며,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한다」(현행 형소법 제196조)는 것. 이같은 형사소송법 규정은 制定(제정) 이후 60년이 지나도록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경찰은 형사소송법 제195조와 196조의 규정에 묶여 모든 사건의 수사 시작단계에서부터 중간수사 과정 및 검찰에 송치하기까지 全과정에 걸쳐 검찰의 지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즉 檢·警은 지휘와 복종관계를 이뤄 왔다. 경찰이 최근 수사권 조정 문제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경찰이 일반 사건에 대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달라는 것이다. 즉 형사소송법 제195조 「수사의 主宰者는 검사」라는 조항을 「수사의 主宰者는 검사와 경찰」로 개정해 달라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196조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도 「경찰과 검찰은 특별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상호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해 달라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檢·警의 관계를 「上命下服」이 아니라, 「相互協力」 관계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