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현대적 경찰이 창설된 지 올해로 60년, 우리 전체경찰의 숙원이었던 수사권 조정이 점점 눈앞에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우리 경찰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범죄의 예방과 진압 및 수사를 기본 임무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경찰에는 수사권이 없다”는 허준영 경찰청장의 말씀처럼 경찰에 수사권이 없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수사권의 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나아가 경찰수사권의 현실화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우리 국민의 숙명이다.
이런 숙명을 실현하기 위해 이제까지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경찰수사권과 검경관계에 대해서는 종종 소개되어 많이 알려져 있으나 최근 들어 우리와 관계가 밀접해지고 있는 인접국 중국의 경찰수사권과 경․검의 관계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어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의 형사사법시스템에 있어 근저를 이루는 큰 원칙은 견제와 균형이다. 이에 따라 어느 한 기관이나 개인이 절대적 권한이나 지위를 가지고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며 관련부서가 항상 상호 견제토록 하고 있다. 이 큰 원칙이 일관되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형사절차 전체를 관통하는 몇 가지의 구체적인 원칙을 정하고 있다.
적정한 업무분배와 분배된 업무에 대한 책임(分工負責)
첫째, 기본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재판은 법원이, 형의 집행은 법무부(우리와는 달리 정부조직편제 및 인적 자원의 구성에 있어 검찰기관과는 완전히 단절된 별개의 기관임)가 하도록 하여 권한이 어느 한 기관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다만, 수뢰 및 직권남용 등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의 수사는 검찰기관만이 행하도록 하여 경찰의 권한 비대화를 방지하고 지나치게 좁은 검찰의 활동범위를 어느 정도 보완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과 검찰 등은 적정하게 분배된 업무범위와 권한에 따라 활동하게 되며 분배된 권한을 서로 대체한다거나 어느 한 기관이 다른 기관을 대신하여 행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관련기관 상호간에도 서로 독립되도록 하여 권한 행사시 상대방 기관의 의사에 구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상호협력 및 견제관계(互相配合, 互相制約)
둘째, 경찰과 검찰은 형사절차에 있어 상호 협력관계임은 물론 더 나아가 상호 견제관계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형사사건 처리에 있어 오류의 발생을 예방하고, 발생한 오류는 신속하게 시정토록 하며, 권한의 남용이나 부정부패를 예방토록 하기 위해서이다. 경찰이 검찰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 구체적인 예를 보면,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기소하지 않거나, 경찰의 구속영장신청에 대해 비준을 거부할 경우에는 반드시 서면으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며, 경찰은 이에 대해 기소여부 또는 구속비준 여부를 다시 심사하여 결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재심사에서도 동일한 결정을 할 경우 상급검찰기관에 검찰항고 할 수 있는 것 등이 있다.
사경과 검사의 관계를 경찰기관과 검찰기관의 관계로
셋째, 경찰과 검찰간의 관계에 있어서 완벽한 능력을 가진 한사람으로서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로서가 아니라 조직에 속한 한 사람으로서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소속원으로 본다. 따라서 경찰과 검찰과의 관계도 사법경찰관리와 검사의 관계가 아니라 경찰기관과 검찰기관의 관계로, 즉 기관과 기관의 관계로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건의 처리에 있어서도 단독수사기관으로서의 사법경찰관리 또는 단독관청으로서의 검사가 아니라 경찰기관 또는 검찰기관으로 표현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중국의 형사사법제도에 있어서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시스템에 의해서 운용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검찰이 형사사법 절차의 수사, 기소, 공판, 집행에 있어 공판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절대적이며 배타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검찰제도는 전지전능한 존재인 검사가 항상 공평무사하게 일할 것을 전제로 할 때는 훌륭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천 5백명에 육박하는 검사가 한사람도 빠짐없이 항상 완벽한 존재로서 업무를 수행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처음부터 기대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우기면서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자고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마련! 보다 건전한 형사사법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수사권 조정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우리 시대의 과제이자 숙명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