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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수사권 독립 더 미룰 수 없다
황 하 성 회원(충북 옥천 경우회)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는 20여년 전부터 거론되어 왔으나 검찰의 강력한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검찰에서는 「경찰의 자질로 보아 국민의 인권침해소지가 다분히 있고, 따라서 수사의 미진 등 문제점이 많기 때문에 수사를 경찰에만 맡길 수 없어 수사권의 독립은 시기상조다」라고 반대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확실히 달라졌다. 경찰의 자질이 문제디자 정부에서는 경찰대학을 설립하여 1984년부터 매년 120명씩의 엘리트경찰초급간부를 양성, 21년 동안 2,500여명의 중견간부를 배출하였고 또한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합격자, 그리고 법대생 등 15,000여명의 유능한 인재를 특채하여 모두 18,000여명의 우수한 수사요원들을 일선에 배치, 형사사건의 99%를 전담하고 있으니 「수사권 독립은 시기상조」라는 말은 이제 설득력이 없다.
몇 년 전 어느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한국경찰의 범인 검거율이 85%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국내범죄사건 중 94%가 경찰이, 나머지 6%는 검찰과 기타 수사기관에서 처리했다고 한다.(2004년 통계)
검찰에서는 매년 연말에 경찰의 비리와 법적용의 오류로 국민의 인권침해 등의 사례를 연례행사처럼 통계자료로 보도했는데 경찰이 무능하다는 여론을 조성, 수사권 독립에 제동을 걸기 위한 수단으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검찰은 오류나 비리가 없었는가? 검사가 기소한 사건이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기도 하고, 검사의 비리가 언론에 보도되거나 형사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도 있지 않은가?
또한, 94%의 사건을 처리한 경찰과 6%도 안되는 사건을 처리한 검찰의 비율로 보나 10만 명이 넘는 경찰(전․의경 약 4만명 제외)과 1만 명도 안되는 검찰과의 인원대비를 비교해도 결코 경찰만이 비리가 많았다고 할 수 없다.
이제는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권독립문제로 상대의 약점만을 논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냉철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검찰의 수사권 독점으로〔형사소송법 제195조 : 수사의 주재자는 검사... 동법 제 196조 :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여야 한다〕경찰에 대한 상명하복의 종속관계를 과연 국민이 원하는 것일까?
국민은 신속한 수사의 종결을 원한다. 그런데 경미한 사건까지 일일이 검사의 지휘를 받다보면 시간과 인력낭비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많은 불편을 느끼고 때로는 경찰에서 조사한 내용을 검찰에 가서 같은 사건을 반복, 재수사를 받는 등 국민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변사사건까지도 검사의 지휘를 받다보니 유족들의 장례일정에 차질이 생겨 민원을 사는 경우도 많다. 사체검안이나 현장조사는 거의 99%를 경찰에서 실시함에도 일일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불편과 모순이 있다.
막강한 권력은 부패의 온상이 된다고 한다. 그 부패를 방지하려면 반드시 권력을 분산하여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기구가 없다. 현행법에는 검찰의 비리나 범죄를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 그 대책이 우선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다. 검사지휘권에서 벗어나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정비해야만 된다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것만이 검찰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되어 검사나 판사에 임용되지 못한 사람 중에서 경찰자체로 공개경쟁시험을 실시, 이에 합격한 일정 인원을 경찰에서 특채할 때는 경정으로 임용된다. 경정이면 일급서의 과장급으로 경찰서장인 총경의 지시 감독을 받게 되는데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총경은 고사하고 경무관까지를 검사의 지휘, 감독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 권력도 부족하여 치안정감까지 검사의 지휘권내로 끌어들여 경찰의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으니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식민지 통치를 하던 일본제국주의 체제의 유산이다. 그렇다면 이 법은 이미 벌써 개정됐어야 할 법률이 아닌가? 일본도 이 형사소송법은 민주주의 제도에 맞지 않는다하여 이미 개정하지 않았는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는 상호협력관계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 한국은 이 법 개정을 왜 반대하는가?
대한민국 형사소송법은 1945년 이후 60년 동안 14회에 걸쳐 개정하였으나 부분개정만 하고 반드시 개정해야 할 핵심부분인 검경간의 상명하복 종속관계(형사소송법 제195조 및 동법 제196조)는 그대로 존속, 현재까지 사용해 왔는데 이와 같은 상명하복의 종속관계의 법률을 운용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오직 우리나라뿐이라고 하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때늦은 감이 있으나 이제라도 낡은 이 법을 선진국 수준으로 다듬고 손질하는 것이 시대적인 절실한 요구이며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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