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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수사권 독점은 일제 잔재
형소법 개정은 시대적 요구
경찰청 기획수사심의관 김학배 경무관
우리 사회는 실질적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분권과 자율을 신장시켜 나가고 있다. 형사사법 분야에서도 참심․배심제 도입,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나 유독 수사구조에 있어서는 50여년전 시대상황 속에서 규정된 수사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제는 시대 흐름과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이다.
세계에 유래없는 검사 지배수사구조의 전환 필요성
현 수사구조는 검사의 독점적 수사권을 정점으로 한 검사 지배수사구조이다.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하고, 경찰과 검찰은 상명하복 관계로 결합되어 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만이 수사의 주체이고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일반적 근거조항마저 없는데, 이러한 입법례는 세계적으로도 전무하다.
이러한 형사소송법에 근거하여 수사기관과 소추기관이 하나로 결합되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형사사법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축소되었다. 검사가 수사를 주도하면 유죄 입증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담당하면 유죄의 예단을 피할 수 없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공소유지가 곤란한 규문주의적 구조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검사제도의 본질에 반할 뿐 아니라, 검사의 수사 도중 피의자가 사망한 사건이나 무죄가 선고된 전직 검찰 고위간부에 대한 무리한 수사 등을 통해서도 그 문제점이 확인되었다.
또한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 부재로 경찰이 스스로 책임지는 수사풍토의 조성조차 어렵게 되었다. 검사의 수사지휘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검사가 수사 개시 여부를 지휘 받도록 하거나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수사중지, 송치명령을 하는 등으로 경찰 수사의지조차 무력화시키고 있다.
검사의 수사지휘로 현장 경찰관 지휘가 무력화되어 현장 정의가 무시되기도 하고, 번잡한 수사지휘 절차로 비효율과 국민 불편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 현 수사구조인 것이다.
경찰이 97%의 사건을 수사하고 있음에도 수사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수사상 법과 현실,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로 인해 법치주의가 훼손되고 있고, 정부조직상 독립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철저한 명령복종 관계로 결합되어 헌법상 민주 정부조직 원리에도 벗어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경찰의 발전과 사기를 가로막고 검․경간의 갈등을 야기시키고, 궁극적으로 국민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
견제와 균형에 기초한 민주분권적 수사권 조정방안
이러한 모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경찰에서는 견제와 균형, 분권과 자율에 충실한 합리적인 민주분권적 수사권 조정방안을 마련하였다.
그 골자를 살펴보면, 형사소송법 제195조를 개정하여 경찰수사의 일반적 근거조항을 마련하여 경찰의 수사주체성을 인정하고, 형사소송법 제196조와 검찰청법 제53조를 개정하여 검․경간 명령복종 관계를 상호 협력관계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한편 검사에게 수사상 일반적 기준 제정권, 경찰수사 사건 전체를 송치하고 수사종결권을 부여하여 수사상 적법절차, 법률 적용의 적정성 확보를 위한 검사의 통제기능을 보장하고 있다. 송치 후 공소유지에 필요한 보완수사 요구권을 부여하여 검사의 원활한 공소권 행사를 보장한다. 각종 영장청구권, 체포․구속 장소 감찰권, 긴급체포 사후승인권 등 검사의 인권통제기능 또한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검사의 지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이 직접 수사기관화 되어 있는 현실에서, 검찰 역시 인권침해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경찰의 조정안대로 인권침해 우려가 높은 수사를 경찰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도록 하고, 검찰은 송치된 사건을 철저히 검토함으로써 경찰의 수사권과 검찰의 인권침해 통제권을 합리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민주분권적 수사구조로 전환을 통해 경찰과 검찰 모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국민 인권보장과 법치주의 확립에 기여할 수 있다. 경찰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책임수사를 하게 됨으로써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양질의 수사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아울러 경찰의 동기가 부여되어 자구노력과 우수한 인력을 유입시켜 경찰수사 역량이 획기적으로 제고되어 경찰수사서비스는 국민의 인권보호와 편익 제고에 기여될 것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은 시대적 요구
형사소송법 제195조, 제196조의 개정은 시대적 요구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우리 헌법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와 권리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수사권도 헌법 정신에 따라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반드시 분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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