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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경찰대 교수
지난 14일자 오피니언면에 실린 하창우 대한변협 공보이사의 ‘수사권 다툼에 밀려나는 인권’ 제하의 글을 읽고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이 글은 수사권 조정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즉, 경찰 수사의 독립을 검찰의 통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듯한 의미로 전달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이후에도 경찰이 수사하는 모든 사건은 영장 청구나 송치 후 기소 과정에서 반드시 검사의 통제를 거치게 된다. 단지 현재 검사의 경찰 수사에 대한 사전지휘로 인해 경찰의 의도인지 검찰의 의도인지 무책임해지는 면이 있기 때문에, 먼저 경찰이 책임있는 수사를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이해 관계인의 이의 신청을 받아서 검찰이 한 번 더 심사하자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최종적으로 법원과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 법치주의 원칙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둘째, 이 글은 또 체포·구속 장소의 감찰과 감청(監聽) 남용에 대한 통제가 약화된다고 주장했다. 이것도 4개월 이상 지속된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의 논의 성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폄하하는 것이어서 유감이다. 자문위원회는 검사의 체포·구속 장소 감찰권이 실제로는 서류 감찰 위주로 진행돼온 사실에 주목하고, 본래 취지에 맞게 야간 수시감찰을 활성화하며 시민이 감찰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새롭게 강구했다. 그리고 감찰 횟수도 “1개월 1회에서 3개월 1회로 완화”한 것이 아니라, “3개월 1회를 원칙으로 하되, 필요시 검사가 수시로 감찰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언제든지 검찰의 감찰을 가능하도록 했다.
감청 통지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감청을 하고 나서 바로 대상자에게 감청 통지를 하는 것이 원칙이나, 법률이 정한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통지를 유예하는 제도가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돼 있다. 금번 수사권 조정에서 문제가 된 사항은 이러한 통지 유예 기간이 끝나고 대상자에게 통지를 한 후, 통지했다는 사실을 경찰이 검사장에게 사후로 보고하는 절차이다.
인권 보호와는 무관한 행정적인 보고로서의 의미만을 가지는 불필요한 행정절차가 상위 법령의 근거 없이 규정돼 있어 이를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이 절차가 폐지되더라도 경찰이 통지 유예를 할 때는 미리 사유 등이 기재된 서면으로 신청하여 검사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추후 통지를 누락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강력한 사후 통제 장치까지 마련돼 있으므로 경찰관이 감청 사실을 감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글은 “경찰이 긴급 감청을 한 후 통지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감청 사실은 감춰지고 알 수 없게 된다”는 근거 없는 비판을 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 있어서 국민의 권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것이 마치 경찰이 편해지고 제 밥그릇 챙기기 위한 것으로 비치고 있는 것은 참기 힘든 일이다. 사실 지금은 단지 검찰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쉬운 체제이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올해로 회갑을 맞은 경찰이 너무 성장했고 이제는 미성년자가 아닌 것이다. 그리하여 경찰은 검찰의 지휘라는 후견 없이 독립적으로 국민을 위한 수사를 하고, 그것으로 검찰의 사후 통제와 국민의 직접적 평가를 받는 가시밭길을 가고자 한다. 그리고 그 결과 국민은 수사 단계에서 한 번 더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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