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警 友 칼 럼
▶ 60년 上命下服 이제는 개선할 때
￣￣￣￣￣ 이규식 회원(前 해양경찰청장)
1. 60년 묵은 한국의 수사구조
우리나라 수사권 구조는 일제식민지 시대의 구 형사소송법 수사체계를 그대로 계수하였다. 그동안 민주화된 수사구조로의 개혁 시도가 몇 차례 있었으나 모두 무산되었다.
우리 검찰은 기소편의주의를 바탕으로 한 수사권과 소추권을 독점하고 있음과 동시에 많은 자체수사인력을 보유한 거대권력기구로 보강되어 왔다. 그 과정에서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대한민국에 없다. 현행법상 경찰은 범죄수사시 사사건건 검사의 지휘·지시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어 사실상 검사의 종속기관으로 전락하였다.
그동안 경찰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여러번 시도하였으나 검찰은 그때마다 자질, 인권침해, 부패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번번히 좌절시켰고 역대 정권 또한 선거공약 수준 이상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였으며, 국민들 역시 똑똑한 검사가 더 잘 할테지 하는 막연한 고정관념으로 검·경간 수사권문제를 양 기관의 밥그릇 싸움쯤으로 치부해 왔다.
이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정기구인 수사권조정자문회의가 국가이익과 국민편익을 기준으로 합리적인 조정안을 도출해 낼 것이라고 믿으며, 이 조정안이 통치권자의 결단을 통해 반드시 실행에 옮겨지기를 기대하면서 구체적인 실상과 개혁의 당위성 논거를 살펴본다.
2. 성숙한 한국 경찰
- 자질론에 대하여
이 나라 최고 엘리트로 알려진 경찰대학 졸업생이 매년 120명씩 21년간 배출되어 경찰 중간계층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고, 사법고시 합격자와 법대 출신 수사전문요원을 특채하여 일선 수사현장에 배치시키고 있으며, 수십년 간 수사현장에서 익힌 노하우로 무장된 베테랑 수사관 등 1만 7500명의 인재들이 전체 형사사건의 97%를 수사하고 있다.
또한 최첨단의 감식기술을 자랑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수사 관련기관이 있으며, 범죄정보관리시스템 등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과학수사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 인권 문제에 대하여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검찰과 경찰도 그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리고 경찰은 시대변화에 발맞추어 검찰보다 앞서 수사과정에서 변호사 참여를 보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권센터를 창설하여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부정비리에 대하여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도 정도의 문제일뿐 부정과 비리는 존재하고 있다. 경찰의 비리가 타 공무원의 그것보다 크게 부각되는 이유는 주로 강제력을 행사하는 경찰업무의 속성에 기인하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반감 때문이다. 대전 법조 비리 등 표면화된 사례로 인해 국민은 검찰 역시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3. 고쳐야할 문제조항들
수사의 주재자는 검사이며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195조·196조의 부당성, 수사실무와 무관한 지방청장급인 경무관까지 검사지휘 대상이라는 점, 경찰조사 후 검찰의 2중조사로 인한 국민불편, 구속영장신청 등 각종 수사서류지휘로 인한 인력·시간 소모, 경찰인지 사건의 중지·이첩 명령 후 검찰의 생색내기식 수사, 관할 밖 수사시 검사에 대한 보고의무, 경찰서장 관리책임인 유치장 감찰, 수사경찰관 체임·징계요구권, 변사체 검사지휘 지연으로 인한 장례과정에서의 국민불편, 미결수 호송 감시·대용감방 관리책임 지우기, 집단시위 및 정당·사회단체 동향 등 각종 정보보고의무 등 개선이 필요한 제도와 법규를 일일이 헤아리기 곤란할 지경이며,
아울러 세계 어느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헌법상 「영장청구권의 검사독점」(제12조 3항)은 1962년 5차 헌법 개정시 공론화도 거치지 않고 신설된 것으로,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성안·의결되는 등 비정상적인 헌정상태에서 국회에 의한 개헌 절차를 밟지 못한 채 공포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차기 개헌시 반드시 개정해야할 것이다. 위와 같이 권한은 검찰에, 책임은 경찰에만 지우는 일방적·비민주적 독소조항들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다.
4.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
민주분권적 수사구조로의 전환은 경찰이나 검찰이 아닌 국민을 위한 것이다. 수사권이 한 곳에 집중되면 반드시 권력남용과 부패를 초래하므로, 합당한 힘의 분산이 필요하다.
연 200만명 이상의 국민이 경찰서에서 조사 받고 또 검찰에서 2중 조사를 받는데서 오는 불편과 정신적 부담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검찰의 경찰화로 인한 막대한 국민혈세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10여년전보다 검사는 400명에서 1,500명, 수사요원은 400에서 4,600명으로 늘어났음에도 연간 1인평균 사건수사 업무량은 2,200여건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여 검찰은 공소유지와 양질의 수사지휘, 대형사건 수사에 전념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부여, 견제와 균형, 부처간의 상호존중은 현대 민주주의 행정의 기본원리이다.
5. 조정 방향
일방적 상명하복의 검경관계를 상호협력관계로 개선하여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충실케 하여야 하며, 검찰은 정치적 사건, 권력비리, 고도의 난해한 사건수사와 공소업무에 전념케 하여야 한다.
경찰의 수사주체성을 인정하되 기소단계에서 2차적·보충적 수사권을 행사하고, 검경간 수사와 공소유지를 위해 언제든지 격의 없는 자문과 협의가 가능한 분위기를 정착시켜 나간다면 제도상의 문제점들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원래 권력을 가진자는 놓기를 싫어한다. 검찰의 자발적인 양보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다.
그러나 해방 후 6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검찰과 경찰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편익을 고려한 합리적인 수사권조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현재 사회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된 검·경 수사권 조정자문회의는 진정한 국민 편익을 고려한 수사권조정을 위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화와 개혁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참여정부는 검경간의 수사권을 국민편익증진을 우선으로한 선진국형으로 개혁하여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성공적인 금자탑을 세우길 바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