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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 욱 (한국청소년동아리연맹 부총재)
1. 서언
본인은 1998년 경기도 부천 남부경찰서장을 끝으로 정년 퇴임한 전직경찰입니다. 재직 당시 경찰개혁의 핵심을 '수사권독립'이라고 보고 수사권 없는 경찰은 태생적 한계로 더 이상 진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의 수사구조는 검찰의 개혁에도 장애요인이 될 뿐입니다. 경찰이 전체 범죄 150여만건 중 96.7%를 처리하고 있는데, 검찰은 물리적으로 경찰을 도저히 지휘할 수 없습니다. (검사 1인당 약 1,600건 처리)
검찰은 고유영역인 공소유지에도 전념하기 어렵습니다. 검찰은 슈퍼맨이 아닙니다. 어느 일본 검사가 일을 많이 한다고 자랑하는 한국 검사에게 "너희들은 슈퍼맨이냐"고 한 말을 음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시대에 제정된 수사구조를 세계화 시대에도 고집한다면 검찰은 자가당착에 빠져 더 진보하지 못하거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맙니다.
본인은 경찰수사권의 독립이 두 가지 방법으로 성취되리라고 보았습니다.
하나는 '대통령의 결단'이고, 또 하나는 '경찰의 투쟁'입니다.
투쟁은 단결이 필수요건이며 응집력이 강한 경찰대학 출신(17,00명)이 고급간부가 되어 경찰기관의 중추부서에 포진하고 있을 때, 수사권 투쟁의 기회와 계기가 마련되면 경찰대학 출신들이 중심이 되어 투쟁하면 가능하다고 본 것입니다.
여기에 경우회까지 가세하면 대단한 힘을 발휘하여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확신합니다.(해병대의 경우 예산권과 인사권을 전·현 해병대 투쟁으로 쟁취함)
그러나 수사권 문제는 대통령 선거 시 공약으로 제시되었고 인수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어 천만다행으로 생각합니다. 후자의 방법으로 성공한다고 해도 두 기관 모두 불행하며 패자가 될 뿐입니다.
제5차 헌법개정시('62년) 경찰수사권을 봉쇄한 잘못 제정된 헌법도 반드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15만 경찰은 성공적인 사법제도가 되도록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님과 인수위원회의 현명한 정책적 판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2. 독자적 경찰 수사권의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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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 경찰 수사권은 지방자치 경찰제와 함께 영장을 청구하고 수사를 종결하는
일본 경찰수준으로 현실화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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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를 설명 드리면 조선조 시대 포도청은 현 경찰청의 전신이며 당시 민생치안 기능으로써 경찰이 수사권을 전담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 군국주의 시대에 제정된 법률에 의하여, 검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는 수사구조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 군국주의시대의 경찰은 카이저수염에 긴 칼을 늘어뜨린 채,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행인들을 '오이상'(이봐씨)하고 무섭게 불러 세우며, 우리 백성뿐 아니라 일본 백성도 억압하던 군림과 혐오의 존재였습니다.
그러한 일본 경찰이 지금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경찰로 대변신을 하였습니다. 변신을 하는 데는 동인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일본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경찰의 실상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는 1945. 8. 15 일본식민지 지배로부터 해방되었으나 수사권은 식민지시대의 구 형사법에 의해 여전히 검찰이 독점하게 되었고, 검찰에 예속되어 간섭과 지배를 받는 경찰조직으로 독립성과 주체성이 약화되어 무력한 경찰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에 종전 후, 일본경찰은 독자수사권을 부여받아 국민의 신뢰와 조직발전을 위해 살을 깎아 내는 아픔을 겪으면서, 대변신을 하여 오늘의 일본 경찰의 모습을 찾았던 것입니다.
이제 일본경찰은 종전의 '오이상'(이봐씨)에서 '모시모시상'(여보세요씨)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1994년 6월 15일 '일본경찰의 대변신')
맥아더장군은 "일본 군국주의의 바탕이 세제와 교육, 그리고 경찰"이라고 규정하고 경찰의 환골탈태를 강력히 요구하였습니다.
국가 경찰은 지방자치단체 경찰로 바꾸고 국민에게 혐오감을 주었던 정보담당 특별고등계 경찰을 모두 파면시켰습니다. (중앙일보 1994. 2. 15 '일본경찰의 대변신')
맥아더의 통찰력과 확고한 민주적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맥아더는 일본경찰이 민주경찰로 새로 나기 위해서는 지방 자치경찰제와 함께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필수요건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참으로 현명한 통찰력과 판단이었습니다. 일본과 일본경찰은 성공했습니다.
일본 경찰사를 살펴보면, 당시 일본검찰은 수사권이라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법조인들과 더불어 맥아더 군정에 펼친 로비와 반대는 매우 끈질겼습니다. 일본검찰은 일본 경찰에 수사권이 부여된 후에도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종전과 같이 수사권을 간섭하려 들었습니다. 이에 일본경찰은 부당한 검찰 간섭 행위에 맞서 저항하고 투쟁하면서 위기를 극복하였습니다.
그 후 일본 경찰은 조직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제도를 개선하고, 끊임없는 교육과 우수 인력을 유입하면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오늘의 일본 경찰상을 구현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경찰의 경우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해방 후 자유당 정부로부터 국민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번번히 검찰의 반대에 부딪쳐 좌초했습니다. 검찰과 법조인들은 한결같이 경찰수사권 독립을 반대하는 이유로 '시기상조', '자질문제', '인권보호'를 들면서 상투적인 반대 목소리를 높이곤 했습니다.
개혁은 참회와 반성의 바탕 위에서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반대하는 이유의 부당성과 허구성에 대해 진솔하게 피력하고자 합니다.
가. '시기상조'에 대하여
'시기상조'란 정말 애매 모호하기 짝이 없습니다. 검찰이 말하는 시기는 앞으로 언제가 될 것이며, 언제 도래되는 것인지, 너무 애매하고 사리에 맞지 않으며 국민을 혼란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카이저수염에 긴 칼을 차고 일본국민 위에 군림하고 억압하던 일본경찰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맥아더의 통찰력과 판단이 어리석거나 잘못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검찰과 법조인들이 반대하지 않았더라면 1945. 9~1948. 8 미군 당군은 이미 수사절차의 민주화 등을 비롯한 미국식 형사사법 제도의 도입을 목표로 검사의 기능을 공소유지의 역할 수행에 제한하려 했습니다. 결국 검찰 출신인사 등 종래 직업 법률가의 주도로 구)검찰제도를 유지하고 말았습니다. (심의기 '남한의 사법제도 개편')
더 나아가 제5차 헌법개정시('62) 검사만이 판사에 대하여 영장청구를 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국가 중 유일하게 헌법사항으로 규정하여 경찰수사권을 봉쇄하고 검찰의 수사권한을 강화시켰습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국회에서 영·미의 수사제도를 받아들일 것인지 논란이 되었을 때, 중앙집권적인 국가 경찰제하에서 경찰에 독자수사권까지 부여한다면 '경찰파쇼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현행제도를 유지했습니다.
그후 경찰파쇼화로 인지한 자유당 정권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자유당 정권은 부정선거 조장 등 경찰을 하수인으로 편익하게 이용하다가 4. 19 학생의거로 멸망하고마는 아픈 역사를 우리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의 시기는 미군정기간이나 형사법을 제정하던 1954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에게 맥아더와 같은 통찰력과 현명한 판단이 있었거나, 어리석은 법조인이 없었다면 하는 아쉬움만 남을 뿐입니다.
지금도 '시기상조'를 운운하는 검찰과 법조인이 있다면 '권세와 밥그릇'이라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속적인 욕심의 속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사권의 분권으로 너무나 잘 운영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등 국가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나. '자질문제'에 대하여
'자질문제'는 더 거론할 가치조차 없습니다. 법률 소양이 많고 학력이 우수하다 해서 자질이 높은 것이 아닙니다. 법률소양은 공부를 하면 얼마든지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언론인, 고위 공무원 중에도 세태를 잘 헤쳐 나가는 기교만 발달되고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을 주위에서 얼마든지 목도할 수 있습니다.
자질은 전문성의 요건도 중요하지만 청렴성과 도덕성, 그리고 건전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맡은 소임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권을 갖게되면 법률 전문부서를 설치하게 되며 교육을 강화하고 매력 있는 조직으로 우수인력이 유입되기 때문에 자질 문제는 자연히 해소하게 됩니다.
일본경찰의 발전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자질문제는 학벌이나 학력으로 논할 성질이 아닙니다. 일본 군국주의 시대에 긴칼 차고 국민 위에 군림하고 억압하던 일본경찰과 현재 우리경찰과 자질을 비교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겠죠.
부패문제로 경찰을 척도하지는 않겠지요.
판사출신 신평 교수(대구 카톨릭대)의 '사법개혁을 향하여' 라는 최근 저서에서 "우리 사법현실에는 분명히 시궁창 냄새가 나는 추잡한 단면이 존재하지만 법관생활을 몇 년이라도 하면 애써 못 본 채 한다"며 이는 "사법 무결점주의 신화를 지키는 전통"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에서 사법시험 합격자로 구성된 법조계, 즉 사법부나 검찰에는 '의도된 잘못이 전혀 없다는 사법부의 무결점주의가 집단무의식'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며 "이는 법관이나 검사의 부정부패, 특권의식, 관료화, 폐쇄화 등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법원과 검찰은 자정기능을 상실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신평 교수는 몸담아 아꼈던 사법부의 실상을 고해성사의 심경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공직사회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부패는 매우 심각한 편입니다. '동북아 중심국가'에 걸맞게 우리 사회를 깨끗하고 정직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정화해야 합니다.
사람에 의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해요인들은 제도화로 보강하면서 과감히 척결해 나가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당시 야당은 현정부를 '부패정권'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협회('98)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청렴성 지수가 85개 국가 중 43위로 한국의 부패정도가 상대적으로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법기간의 주변에 법조 브로커나 사건 알선브로커들이 날뛰고 있는 실상을 알고 있는지요. 그 주변은 변호사사무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변호사들이 변호사법의 목적에 적합하게 수임료를 받고 변호사활동을 한다면 브로커들이 감히 활개 칠 수 없습니다.
'전관예우'도 여전히 편법으로 상존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관련 부패, 고위 공직자의 인사관련 부패 등 실상을 보면 현실이 답답해집니다.
개혁은 '제도'와 '사람'에 주안을 두고 실행해야 합니다.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집중되는 권한을 분산하고 부정하는 공직자는 패가망신(敗家亡身)하도록 단호히 조치하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공직사회에 상존하고 있는 인사부조리를 척결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특히 고급 간부직일수록 중요 보직, 전보나 승진심사시 정치권과 권력자의 청탁, 뇌물수수 등 소위 배경과 돈이 작용한다면 너무 지나친 말일까요.
중요기관장의 임용에 청문회를 실시한다는 데 청렴성과 도덕성의 기준에 적합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다. '인권보호'에 대하여
인권침해는 강압분위기에서 야기됩니다.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인권침해 사례가 많았습니다. 권력이 독점되기 때문에 정권보호 차원에서 강압분위기가 조성되고 권한이 남용되면서 인권침해로 이어집니다.
최근 검찰에서는 우연찮게 피의자 고문치사사건이 발생했지만 경찰의 인권침해사례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지금 경찰은 인권보호의식이 강한 편이며 자신의 신상을 위해서라도 강압수사할 경찰관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찰의 인권침해 우려는 시대적으로 기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제 경찰은 사회 안녕과 질서 확립을 위해 정당하고 엄정한 법집행을 할 것인가, 사법서비스의 질을 높여 어떻게 국민에게 봉사할 것인가가 개혁의 과제라 생각합니다. 상당부분은 수사권 독립과 더불어 개선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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