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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이 필요한 이유
---- 유병국 (前 경기청장)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부여문제가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이 문제에 대하여 관련기관인 경찰과 검찰에서는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고 최근에는 감정적 언사도 사용하는 등 그 갈등이 확산되는 경향인데 학계, 언론계 등 외부에서는 하나의 기관이기주의로 보는 경향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한 기관이기주의로 볼 것이 아니며 국민을 위하여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냉정히 판단해서 중요한 개혁과제로 처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근대적인 사법제도를 도입 할 때 서구의 대륙법을 따른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여 범죄수사는 검찰로 일원화하고 경찰은 검찰의 보조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이 제도는 과거 일제의 식민통치 기간 고착화되었으며 1948년 정부를 수립하면서도 그대로 이어져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범죄수사와 기소에 관하여는 독일, 프랑스 등 대륙법계에서는 소추기관인 검찰이 기소와 수사를 전담하고 경찰은 그 보조업무만 하도록 하였고 영국, 미국 등 영미법에서는 범죄수사는 경찰이 주관하고 검사는 기소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대륙법계 형사절차를 가지고 있으며 그간 엄연한 별개기관인 검찰청과 경찰청의 공무원이 수사지휘를 하고 또 받아야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였다. 주로 경찰 측이나 일부 형사법 학자들 중에서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주장하는 논의가 있었으나 피의자의 인권보호와 경찰의 자질문제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 형사법은 아직까지도 수사에 대하여 검찰의 독점적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고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현실문제로 모든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 가능성과 타당성 또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귀속문제 타 기관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는 경찰의 사기저하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를 고쳐서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인정해야 할 몇 가지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첫째, 수사와 기소의 주체를 분리시키는 영·미법은 대륙법계보다 피의자의 인권보호에 좋은 제도이다. 근대적 형사소송절차가 확립되기 전 규문주의 형사절차에서는 재판의 주체가 피의자를 조사해서 처벌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범죄사실을 밝혀내기 위한 자백의 강요, 고문 등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가 자행되었다. 그래서 근대적인 형사소송 절차는 재판권이 행정으로부터 분리 즉, 사법권의 독립이 이루어졌고 인권을 중시하는 영미법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기소의 주체와 수사의 주체로 분리 검찰과 경찰에 각각 맡기고 있다.
범죄를 수사한자가 기소를 담당하면 유죄판결을 받기 위하여 피의자에게 무리한 일을 하기 쉽고 범죄사실에 대하여 객관적인 입장이 될 수 없는데 이렇게 재판기소 수사를 분리시키면 실체적 진실발견과 피의자 인권 보호에 진일보 한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수사를 담당한자가 기소를 하는 형태의 형사소송제도에 머물러 있다.
입법, 행정, 사법의 3권이 분리되어 독재를 막고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과 같이 범죄수사에서도 수사단계, 기소단계, 재판단계가 분리되어 다시 한번 더 범죄의 실체를 확인 해 볼 때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더욱 확실해지고 피의자의 인권도 보장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기소는 수사결과에 의하여 하는 것이므로 기소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범죄수사를 보완시키면 된다.
이제까지 검찰에서는 수사경찰이 피의자의 인권을 유린할 우려가 있으므로 검찰의 지휘하에 수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어느 기관에서 수사를 하건 수사팀 당사자의 자질에 관한 문제로서 수사관의 자질향상과 상급자의 감독으로 해결 할 문제이지 좋은 제도 자체를 거부할 이유가 아니다.
둘째,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특히 수사기관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하여도 수사권의 분권분리는 필요하다.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액튼경의 말은 꼭 정치권력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모든 권력에 대하여 해당되는 말이므로 수사권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수사종결권과 영장청구 같은 강제수사권이 법적으로 검찰에 모두 집중되어 있으며 검찰의 수사권 행사에 대하여 외부기관의 통제가 거의 없는 절대권을 행사하고 있다.
근래 우리 나라에서는 검사들이 각종게이트에 관련되어 조사를 받고 인사조치를 당한다는 신문보도를 보았다. 그런데 이 조사를 같이 근무하는 동료 검사가 하고 있는데 그 공정성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 많이 있다. 검찰청 직원이 술을 먹고 기물을 파괴하고 행인에 대하여 폭행을 한 사건도 경찰관이 검거하면 검찰에 사건을 이첩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다. 이때 검찰의 수사를 자기식구 보아주기라고 보지 공정한 처리라고 누가 보겠는가?
범죄인 특히 조직 폭력배나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수사권이 집중되어 있는 검찰에 어떻게 하여서든 접근 평소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하여 처벌을 회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 역시 우리나라 수사구조상의 취약점이다.
범죄수사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과 경찰이 각자 독자적으로 행사 상호 견제와 경쟁하는 체제를 만들어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국민들이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하여 신뢰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셋째, 정부 조직법상 구분되어 있는 타 부처 직원에 대한 수사지휘와 그 결과에 대한 책임문제 등 불합리성을 제거해야 한다.
검찰은 법무부 소속이고 경찰은 행정자치부 소속으로 엄연히 구분되어 있다. 그런데 검찰청 검사는 경찰청 소속의 수사경찰을 지휘하여 범죄를 수사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타 부처의 직원을 지휘하는 것인데 정부부처 조직과 불합리한 면이 있다. 또한 오늘날의 범죄는 광역화, 신속화 하는 경향인데 이런 범죄수사를 타 부처소속 검사가 실질적으로 지휘할 수 있을지 또 그 지휘의 타당성은 있을지 의문이며 현대행정에서 권한과 책임의 하부 현장 위임추세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형사소송법에는 수사의 주체는 검사로 되어 있는데 실제 수사는 경찰이 대부분 하고 있으며 절도나 폭력 강력사건이 많이 발생 할 때는 일반적으로 무능한 경찰수사라고 경찰을 비난하지, 검찰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 일반통념이다. 범죄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독직 같은 일이 발생하여 사회적 비난이 생길 때 경찰에서는 수사담당 경찰관이 엄중한 문책을 받는데 그 사건을 지휘한 검사에 대하여 문책을 했다는 말은 들은 일이 없다.
범죄수사에 관하여는 법적으로 모든 권한이 검찰에 있고 일반사회의 통념이나 현실관행으로 모든 책임은 경찰에서 지고 있는데 이것은 권한과 책임은 일치해야 하는 행정원칙과도 거리가 먼 것이다.
정부수립 이후 우리나라의 정치권력이 그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사용한 것을 보면 자유당정부는, 경찰 공화당정부는, 중앙정보부 민정당정부는 보안사 그후 문민정부 이후는 검찰을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제 정치세력도 과거와 같은 소위 권력기관을 이용하려는 습성은 버리고, 검찰과 경찰도 어떤 외부의 압력도 받지 않고 그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국민의 검찰, 국민의 경찰로 자리잡기를 모든 국민은 바라고 있다.
이제 우리도 정부수립 50여년이 지났고 정치, 경제, 사회 등 각분야의 민주화가 이루어졌으며 경찰의 자질도 많이 향상되었다. 일본이 50년 전에 확립한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경찰의 자질문제 운운하며 미루는 것은 말이 안된다. 수사결찰의 자질문제로 독자적인 수사권을 주지 않는다면 독자적인 수사권도 없는 경찰에 자질이 우수한 자가 들어오겠는가? 경찰내부에서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자질이 우수한 경찰관이 수사기능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수사상 인권침해나 독직 같은 오류가 꼭 경찰에만 있고 검찰이라고 없겠는가?
수사상 인권침해나 독직 같은 오류는 경찰에서 발생할 경우 대부분 공개되어 모두 알지만 검찰에서는 발생해도 공개되지 않아 모르는 차이라고 하는 어느 법학자의 말을 생각할 때 신이 아닌 인간에게 오류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경찰에게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검사는 국가를 대표하여 기소권을 행사하면서 중요사건에 대한 수사를 하도록 하면 현재까지의 불합리한 경찰과 검찰의 관계도 시정되어 수사경찰관도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할 것이며 피의자의 인권보호에도 기여함은 물론 우리사회도 깨끗하고 밝은 사회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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