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대다수 시민들은 검찰 수사의 권위주의와 인권
침해 소지를 우려하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 분권화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
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7일 `한국의 수사권 구조에 관한 실증적 평가 연구'란 논
문에서 검찰서 수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
를 실시해 이같은 결론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지금껏 검ㆍ경간 수사권 조정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사법서비스를 받는
주체인 시민의 실제 의견을 조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 `검ㆍ경 수사분권' 지지도 높아 = 일반시민 447명을 상대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대해 물은 결과, `수사 분권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이 전
체의 65%에 달했다.
수사 분권화의 효용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변이 많아 `수사권의 분리가 수사의
선진화를 가져온다'는 답변이 62%, `수사 분권화가 국민의 편익을 증진시킨다'는 답
변이 59%를 각각 차지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평적 관계가 인권보장에 유익하다'는 답변도 전체 응답자의 6
2%를 차지했다.
특히 수사 분권화 선호도와 인권의식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인권보장의
중요성을 더 인정할수록, 민주적 성향이 강할수록, 사법참여를 더 원할수록 수사 분
권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의 `기관 이기주의'가 아닌 사법서비스를
받는 주체인 `일반 시민의 의견이 어떠한지, 국민편의는 얼마나 증진되는지'에 초점
이 맞춰져야 하며 이번 조사는 이러한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 "검찰수사 개선" 목소리 높다 = 이번 연구에서 또 하나 두드러진 점은 현재
수사의 주체인 검찰 수사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를 실제로 경험한 4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검찰 조
사는 권위적이다'는 답변이 57%, `검찰은 폐쇄적이다'는 답변이 47%에 각각 달했다.
또 `검찰 조사는 사건 관계인의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받는다'는 답변은 65%에
달한 반면 `검찰 수사는 객관적이며 긍정적이다'는 답변은 23%에 지나지 않아 대조
를 이뤘다.
응답자의 22%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언어적 폭행이 있었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23%는 `검찰 조사 중 인격적 모독을 당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검찰은 수사 분권화에 반대하는 논리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 견제'
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검찰 수사 자체에 인권침해 등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
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수사권 구조는 `제왕적 검사 지배형'에 해당하지만 일반 시민의 사
법서비스 제고와 인권보호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수사 분권화를 통한 권력분산 및 상
호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