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견 우(법학박사·연세대·법대·교수)

 경찰청이나 경찰서 등의 정문에 붙여져 있는 “경찰이 새롭게 달라지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보면서, 우리 경찰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어느 조직이든지 달라져야 할 것이 어디 하나 둘이겠는가 마는, 우리나라 경찰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공권력의 확립’에 더 새롭게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연일 ‘촛불시위’로 한시도 편한 날이 없는 우리 경찰에 우선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촛불시위의 촉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수입문제는 다른 쪽에서 저지르고, 표면적으로 보면 그 뒷감당으로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경찰의 본분이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있기 때문에, 위법·불법적인 시위활동을 저지하는 것이 경찰의 직무요 책무인 것을......그런데도 일부에서는 멋도 모르고 정당한 공권력(강제력)행사를 ‘폭력경찰’이라 비난하고, 때로는 경찰공권력을 경멸과 조롱으로 희화화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있어서 경찰을 경멸과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언젠가 촛불은 꺼질 것이고, 다시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와 열심히 생활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 때 우리 경찰은 시위를 막는 일이 아니라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불철주야 한눈을 놓지 않고 있어야 한다. 우리 경찰이 촛불시위에서 겪은 수모를 가지고 어떻게 개인의 생명·신체·재산을 제대로 보호하고, 국가의 법질서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할 수 있겠는가 ? 이번 기회에 경찰은 여러 면에서 정당한 경찰공권력 행사에 대한 법과 제도의 정비를 서둘려야 한다. 가장 위기라고 느낄 때가 가장 기회라는 말이 있다. 경찰 수뇌부는 다음 몇 가지 관점에서 경찰공권력 강화를 위한 연구와 준비를 서둘렀으면 한다.

  첫째, 새로운 사회변화와 시위양상의 변화에 맞는 대처방안을 연구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특히, 인터넷과 컴퓨터 그리고 다양한 대중매체를 통한 정보의 혁명적인 유통을 하루 빨리 경찰력의 하나로 받아 들어야 한다. 이번 촛불시위에서도 경험했듯이 선동가 몇 사람이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등 전자통신매체를 통하여 시위를 조종하는 경우에 그렇게 많은 전·의경을 동원해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아마 이번 시위에 동원된 전·의경 중 1개 중대만 인터넷 등 전자통신매체를 통하여 대응을 하였더라면 훨씬 효과적인 시위진압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둘째, 경찰관직무집행법의 개정을 통하여 엄정한 법집행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하면 불심검문은 상대방이 응해 주지 않으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불심검문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공권력을 경시한 나머지 강제적으로 신원확인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법자 탈주사고가 생기면 ‘구멍뚫인 경찰의 검문·검색’이라고 비난한다. 따라서 불심검문의 임의성이 곧 경찰공권력의 무력화와 경시를 초래하고, 나아가 공공의 안전과 치안질서유지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다. 과거 인권침해는 국가공권력에 의한 적극적 침해가 문제였다면, 공권력이 무력화된 상황에서는 범법자들에 의한 인권침해가 문제이고 국가공권력의 부작위, 소극적 침해가 문제이다.

  셋째, 고소·고발사건의 신속한 처리체제의 도입 및 고소·고발 감축을 위한 다각적 방안의 도입으로 고소·고발수사의 질을 높이고 수사인력에 대한 효율적 운영 방안을 추진하여야 한다. 국가의 제도는 아무렇게 이용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가 아니다. 정당하게 이용하여야 한다. 아무나 고소·고발제도를 이용하여 금전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오래 된 관행 때문에, 수사기관의 업무효율성의 저하는 말할 것도 없고, 경찰사법작용과 경찰행정작용을 함께 수행하는 경찰의 경우는 경찰 본연의 임무수행인 공공의 안녕과 치안질서의 유지라는 경찰목적의 달성에 항상 뒤쳐져 있을 수밖에 없다.

  넷째, 경찰인사제도를 개선하여 적재적소에 유능한 경찰관이 근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충하여야 한다. 특히 경찰전보·승진제도와 관련해서 다른 조직에 비해서 경찰 개개인들이 불필요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진하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경찰복지제도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찰은 군인과 함께 국가를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이다. 따라서 보다 헌신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처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국민의 권리구제 촉진 및 치안사각지대를 보완하고 퇴직경찰관들이 축적된 경험과 전문지식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민간조사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경찰공권력의 확립을 위해서는 경찰 혼자만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언론의 역할에 주목을 하고 경찰공보관의 역할과 임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위가 있을 때마다 시위자들의 폭력성은 뒷전에 두고 경찰의 집행력을 ‘폭력적’이라고 비난하는 기사가 얼마나 여론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경찰에 대한 신뢰를 낮추는가를 우리는 경험을 하고 있다. 정당하고 적법한 경찰공권력의 행사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비전문가인 언론매체에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역량있는 공보관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시대의 업보라고 보아야 할지, 아니면 경찰의 무기력함을 탓하여야 하는지, 또 아니면 일부 시민들이기는 하지만 도를 넘어 선 행위가 문제인지, 이제 우리는 공권력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정당하고 합법적인 공권력의 행사에 대해서 명분없이 거부하고 항거하는 무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함으로써 선량한 시민들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라는 이름은 과거 왜곡된 역사에 대한 반동으로 진정한 공권력 행사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다소 결여된 상태에서 정당한 경찰공권력행사마저 부정하는 경향에 있다. 우리가 경찰을 만들었고, 경찰에게 주어진 임무는 공공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맡아달라는 것이다. 경찰공권력의 발동은 경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생활안전을 위한 공공의 안전과 질서유지라는 경찰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