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은 ‘경쟁과 협력’을 전제로
이 상 안(경찰대 교수)
경⋅검간의 수사직무가 새로운 구조로 재설계되어야 한다는데 대하여는 다양한 이론적 주장과 접근방법을 토대로 거의 합의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형소법 196조의 수사직무에 대한 경⋅검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두고 아직도 논쟁을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문제를 두고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참으로 비탄스럽다. 전제주의도 식민제국주의 시대도 아닌데 어떻게 검찰이 경찰을 종속적 지위에 두려하는가. 경찰과 검찰은 기관의 소속도 다르고 문제해결 능력도 다르다. 다른 것은 다른 것으로 존중하는 것이 평등이고 ‘和而不同’의 기본정신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제시된 논거 외 전혀 새로운 결정론을 3가지로 나누어 보기로 한다.
첫째, 국가든 기업이든 어떤 ‘일’에 대하여는 ‘경쟁과 협력’이 없이는 그 ‘일’이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경영학의 논리나 행정학의 논리들이 바로 이 ‘일’의 목표달성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형사절차에서도 경쟁과 협력은 규범논리와 더불어 동시적으로 강조된다. ‘적정법집행의 크기’, ‘plea bargaining'등이 바로 이 두 개념의 확장논리이다. 따라서 경쟁과 협력은 수평적 관계를 유지할 때 논의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더 깊은 이념논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민주사회의 기본질서는 자유⋅평등⋅경쟁⋅협력의 핵심개념(key concept)으로 이루어지는 기본원리다.
개인은 자유롭게 기본권을 향유하며 서로 경쟁하여 일한 만큼 소득을 올리고 또 이웃에게 배려나 베풂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 또한 기업은 또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다른 기업과 경쟁하고 노⋅사간에 협동한다. 기업의 경쟁으로 소비자는 질 좋고 값싼 서비스를 편익으로 향유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같은 논리로 협력한다. 농부는 아무리 어려워도 많은 사람들의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볍씨를 먹지 않고 간직한다. 수사직무의 구조도 국민에게 질 좋고 값싼 사법비용과 희생으로 권리의 침해 없이 사회질서와 안전을 유지할 수 있게 구조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경찰과 검찰간의 경쟁은 국민편익 면에서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하고 이 경쟁이 보장되면 당연히 두 집단 간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수평적 협력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쟁을 보장하면서 경쟁기관에 대하여 지시⋅명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바로 경쟁기관에 대하여 자유민주주의의 기본가치를 부정하고 시장자본주의의 근본을 파괴시키는 자가당착적⋅세속탐욕적 사고로 비난받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수사직무수행의 ‘공동체 통합적 접근’에서 보는 이유이다. 수사는 범인을 체포하여 범죄확산을 막는 그물망이고 네트워크이다. 넓고 촘촘한 그물망이 고기를 많이 잡는다. ‘군사력’이 강하고 ‘경제력’이 아무리 강해도 그 사회나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통합력’이 이루어져 이 3자간의 관계가 선순환적 구조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합력’이 때로는 ‘군사력’을 선행적으로 보완할 수도 있고 ‘경제력’이 ‘군사력’과 ‘통합력’을 뒷받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자 모두 갖출 수 없는 한계가 올 때 선순환적 기능은 필요한 것이다. 수사직무 구조에 있어서도 같은 논리이다. 검찰의 수사력이 고갈되거나 미진할 때 경찰의 수사력이 선행 또는 후행하면서 상호 범죄발생 허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제발전의 요건인 목표나 가치에서 동질적이어야 하고 문제해결과 정보처리 능력 면에서 이질적(heterogeneous)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범죄수사 그물망과 잡는 기술은 검찰거물만으로는 안 된다. 동질 수준의 이질적 경찰거물망이 협력적으로 구조되어야 한다.
세 번째, 수사권의 ‘독점’ 구조를 ‘경쟁’ 구조로 바꾸고 재량범위도 윤리적재량까지도 엄격히 함으로써 책임능력을 높이고 부패도 줄이는 기준을 구조개혁의 기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사회체제가 기능적 연계를 유지해 가는 현대사회에서 경쟁과 협력을 거부하는 집단은 당장은 독점에서 오는 당근을 누릴지 몰라도 발전차원에서는 낙후되고 만다. 체제가 기능적으로 작동할 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퇴화된다는 뜻이다. 경쟁과 협력이 근간이 된 형사법 196조로 바꾸어지길 기대한다.
세계화 추세에서도 결국 수사권은 경쟁과 협력체제로 바뀌게 된다고 볼 때 검찰의 기득권 주장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사회봉사’, ‘사회통합’차원에서 철회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