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 견제와 균형을 선호
- 수사구조 개혁으로 삶의 질 향상을 -
이웅혁 (경찰대학 교수)
한국에서 범죄 수사권에 관한 경찰과 검찰의 대립은 건국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으며 국가의 형사사법시스템 발전을 위하여 결단이 이루어져야할 중요한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한에 대한 문제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성과 없이 쉽게 정치논리에 표류되거나 양비론(兩非論)에 매몰되곤 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이는 아마도 우리의 수사권 구조에 대한 객관적이거나 국민의 입장에 입각한 평가기준과 이에 근거한 실증적인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필자에 의하여 수행된 시민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공식통계를 이용한 연구 결과는 이와 같은 흠결을 보완하고 수사권 구조 개혁의 결단을 뒷받침 하는 자료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우선 모형적(Typological) 측면에서 현행 우리나라의 수사권 구조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검사 권한 독점적인 ‘제왕적 검사지배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우리의 ‘제왕적 검사지배형’ 수사 구조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상당히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수사를 직접 경험했던 시민들은 약 과반수가 검찰 조직 자체를 상당히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며 위압적으로 여기고 있었고, 검찰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과 5분의1에 지나지 않았다. 응답 시민의 약 4분의 1만이 검찰수사에 대한 신뢰와 만족을 나타내고 있었으며, 특히 검찰의 인권보장의 수준에 대해서도 불과 응답자의 약 4분의 1만이 긍정적으로 인식하였다. 결과적으로 검찰 스스로 주장하는 “인권 옹호기관”으로서의 모습과는 너무나 많은 차이를 나타낸 것이었다.
검찰의 조직성과(Organizational Performance)와 관련해서도 현행 ‘제왕적 검사지배형’ 수사권 구조 하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즉, 형사사법 시스템상 검찰에 걸려진 과부하와 검찰의 수사업무에 지나친 집착으로 무죄 판결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기소율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와 같은 공판업무에 대한 검찰의 마이너스 성과는 검찰의 수사업무에 관한 예산이 증가할수록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검사의 수사지휘의 유용성에 대하여 경찰 수사관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었는데, 특히 검사가 수사경찰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일은 경찰이 하고 공은 검사가 차지하는데 대하여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사실상 이러한 왜곡된 현실은 “정의”라는 관점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노정케 하는 것이며, 실제로 인권의식이 강한 경찰관일수록 현행수사권 구조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강도가 높았던 사실은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연구결과의 하나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경찰과 검찰의 범죄수사의 권한이 나누어져 있는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호경향은 인권보장의 중요성을 더 인정하는 시민일수록, 민주적 성향이 강한 시민일수록, 그리고 사법참여를 더 원하는 시민일수록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시민들은 현행 수사권 구조 하에서의 경찰 훈방권의 제한, 검사의 자의적인 의명송치, 이중조사의 폐해, 검사의 석방지휘의 문제점, 검사의 사전지휘의 문제점을 주요 내용으로 구체적인 가상적 상황에 대하여 상당한 불만족을 표시하고 있었다. 반면 이와 대비되는 분권화된 새로운 수사권 구조하의 가상적 상황에 대해서는 더 높은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범죄수사의 목적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검찰이 주장하는 공소 제기 및 유지 보다는 오히려 경찰의 일상 업무와 많이 관련되어 있는 범죄예방, 시민보호, 사회문제 해결, 피해자구제, 범죄의 감소 등을 더 중요한 목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는 현재 외국에서 효과적인 경찰활동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문제지향적 경찰활동(problem-oriented policing)의 개념과도 상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분리가 아닌 통합적 경찰활동을 전제로 다면적 수사 서비스를 시민들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민들은 경찰이 주체적으로 사회전반에 존재하는 문제에 대한 정의, 분석, 대응, 평가를 수사과정상에 기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민의 범죄수사에 대한 이러한 바람은 현대적 의미에서의 수사의 주재자는 기소만을 위해서 노력하는 법률가라기보다는 다면적인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경찰이 적합하다는 보편적 평가의 재확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경찰 파쇼에 대한 우려 때문에 비정상적 모습을 갖게 되었던 한국의 수사권 구조는 이제 본 연구의 실증적 결과가 제시하는 바와 같이 ‘제왕적 검사 지배형’ 구조에서 시급히 탈피하여 본래의 정상적 형태로 되돌려 놓아져야 할 때이며, 그 작은 첫 결단은 형사소송법 195조와 196조의 수사 현실에 맞는 개정에 있다 할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