搜査權調整 내지 分配에 대한

지속적인 論議가 필요

한 견 우(법학박사·연세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서 여러 차례 대통령선거의 공약으로도 등장하고 한 동안 활발하게 논의되기도 했으나, 언제부터인가 이 문제에 관한 논의가 수그러들었다. 조용한 분위기가 문제의 해결에 의한 것이라면 좋으련만 근본적인 해결도 못하고 그냥 잠자고 있다는 것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4월 새로 취임한 경찰의 총수는 취임 초기부터 임기 내 수사권 조정 문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반면에 지난 8월에 취임한 검찰의 총수는 자신의 국회인사청문회에서 수사권 조정 문제를 일축하였다. 오랫동안 수사권 조정 문제가 논의되었지만 경찰의 자질과 수사 통제의 필요성 등이 제기되면서 늘 고배를 마신 것은 경찰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에 관해서 경찰은 공세에 있고 검찰은 수세에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은 검찰보다 몇 배의 역량이 요구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회자되는 말은 ‘소통’이라고 여겨진다. 검찰 수뇌부의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새로운 각오로 취임한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법집행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사회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검찰 내부의 소통뿐만이 아니라 외부와도 소통하여야 한다. 소통은 가장 꺼끄러운 상대와 하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경찰과 원만히 소통하여야 한다. 경찰과의 원만한 소통의 가장 중심에 수사권의 조정 내지 분배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검찰총수가 수사권 조정 문제를 일축하는 입장을 보인 것은 사회질서의 확립이라는 국가이익을 달성하는데 중요한 장애가 될 수 있다.

  수사권 조정 내지 분배와 관련해서 이해당사자인 검찰과 경찰은 2004년 수사권조정협의회를 발족하여 활동한 바가 있다. 수사권조정협의회는 경찰의 수사권 부여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발족된 협의체로서 여러 가지 난항은 있었으나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 상당히 의견의 접근을 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컨대 송치 전 수사지휘는 강제처분 및 중요 범죄로 한정하고, 일정한 민생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에 종결권을 주기로 하는 등 19개 항목에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지난 수사권조정협의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다시 검찰과 경찰은 논의의 장을 이어가면서 소통하여야 한다. 이러한 소통의 장에서 바람직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다음 몇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경찰의 수사권 인정은 절대로 인정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필연적으로 이루져야 하는 문제라는 시각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검사의 수사권독점을 규정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이 제정될 당시에 법률안 제안설명에 의하면 “언젠가는 수사권을 경찰이 독자적으로 행사해야 할 때가 온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그 ‘언젠가’는 경찰의 질적 수준에 달려있다고 예견하였다. 수사권의 조정에는 항상 경찰의 질적 수준이 문제였다. 그러나 경찰의 질적 수준은 상대적 개념이고 경찰의 질적 수준이 ‘무결점의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경찰수사의 질적 수준이 낮다고 판단되는 가장 큰 경우가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졌을 때일 것이다. 수사가 잘못되어 무죄판결이 난 것은 현행법상 수사를 잘못 지휘한 검사의 잘못이 더 큰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여론은 경찰을 질타하는 착시현상이 있다. 어느 조직이든지 20%의 부정적 집단이 있게 마련이고 또한 20%의 긍정적 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어느 집단이 좋거나 나쁘다고 할 때, 부정적인 부분만 이야기하거나 긍정적인 부분만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검찰수사의 질적 수준과 경찰수사의 질적 수준을 비교할 때도 부정적 부분을 상호비교하고 또 긍정적 부분을 상호비교하여야 하여야 한다. 또 경찰수사역량을 비교할 때는 경찰에서 수사실무를 담당하는 경찰관과 검찰에서 수사실무를 담당하는 수사관을 상호비교하여야 할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이 입법될 당시의 경찰수사역량과 현재의 경찰수사역량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수사권에 관한 우리나라 입법정신은 검사의 수사권독점이 아니라 언젠가 경찰에게도 수사권을 인정한다는 것이었다면, 어떠한 결함도 없는 조직을 기대하면서 경찰에게 수사권을 넘겨주겠다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고 이는 우리나라 입법정신에도 반한다.

  둘째, 소통이 잘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논리가 논리를 위한 논리 혹은 아집이 아닌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예컨대 검찰이 수사권 조정문제를 일축하는 기본에는 “검찰이 법원의 통제를 받는 것처럼 경찰도 사법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수사권의 행사에 있어서 ‘법원의 통제’가 곧 사법적 통제이다. 따라서 경찰에 수사권을 인정하는 경우에 ‘법원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은 사법적 통제를 받게 된다. 요컨대 “검찰이 법원의 통제를 받는 것처럼 경찰도 법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검찰이 법원의 통제를 받는 것처럼 경찰도 검찰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경찰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검찰의 통제가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현행의 사전적 통제에서 사후적 통제로 나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고, 수사권의 내용인 수사개시권ㆍ수사진행권ㆍ수사종결권 중에서 수사종결권을 그대로 검찰에 둔다면 여전히 검찰의 통제는 살아 숨쉬게 된다. 그리고 경찰작용에는 행정경찰작용과 사법경찰작용이 있는데, 검찰의 직무는 사법경찰작용과 비교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직무를 행정경찰작용과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셋째,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과장·과도한 표현을 삼가 하여야 한다. 예컨대 수사권 조정 내지 분배의 문제는 검찰의 수사권을 송두리째 경찰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많게는 98%의 수사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의 수사권을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경찰 수사권의 현실화는 범죄수사와 사건처리의 효율성을 고려하고 양자의 기능적 관계를 고려하는 방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쟁취의 대상으로서 수사권이 아니라 합리적 조정의 대상으로서 수사권이기 때문에 ‘수사권독립’이라는 표현도 오해의 소지가 많을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송두리째 경찰에게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국익을 위한 목표달성에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타협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