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 警 搜査權 조정에 관한 小考

                         강 동 욱(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정권교체와 더불어 사회 전반에 또 다른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찰에서도 새 경찰청장이 취임하면서 ‘새롭게 달라지는 경찰’의 모토아래 ‘치안질서의 확립’이라고 하는 시대적 요청에 발맞추어 경찰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변화 과정에서도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조정 문제는 형사법상 개혁과제의 하나로서 여전히 주목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는 지방자치 경찰제도를 도입하면서 경찰에게 독립된 수사권을 부여하기 위한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문제로 경찰과 검찰이 극렬하게 대립하고 양 기관의 총수까지 나서 감정적인 설전으로 발전하면서 지나친 충돌을 야기하게 되자 당시 경찰청장의 사직을 계기로 이 문제는 다시 보류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수사권조정의 문제가 그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검증차원에서 전개되기 보다는 양 기관 간의 권한다툼으로만 비추어졌고, 이 문제의 추진방법을 둘러싸고 경찰내부적인 충돌까지 야기되면서 시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한 것에도 그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경찰입장에서는 수사권 조정문제가 양 기관 간의 권한다툼으로 비취지는 점에 대하여 억울한 감이 없지 않다. 이미 경찰이 수사기관의 한 축으로써 대다수 범죄에 있어서 수사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찰의 수사권조정 요구는 검찰의 권한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 현재 실무적으로 맡아서 처리하고 있는 업무에 대하여 제대로 평가를 받고자 하는 것이며, 이에 따른 권한의 현실화를 요구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수사권조정을 요구할 때마다 그 부당성의 논거로 지적되어 온 경찰관의 자질부족 문제도 현재의 경찰관의 지적 수준 등을 고려할 때 많이 해소되었고, 2005년부터 수사경과제를 통해 수사경찰관의 전문성을 고양하고 있으며, 경찰권력의 비대화를 막기 위하여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하는 등, 구조적인 개혁을 꾸준히 시행해 왔기 때문이다.

법학•경찰학계에서도 수사에 관한 검찰의 업무량이 검사의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중하다는 문제점의 해결과 수사의 전문성, 신속성 및 효율성의 추구, 그리고 국민의 부담경감 등을 이유로 경찰에게 독립된 수사권 부여를 지지하는 견해가 많아지고 있다.

 실용정부의 시대를 맞이하여 세계적 추세에 따라 검찰도 수사에 있어서 경찰을 더 이상 일방적인 상명하복관계가 아니라 상호 협력자로서의 실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의 태도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가 왔다고 보여 진다.

최근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갈수록 범죄양상도 복잡•다양해지고, 세계화와 더불어 국제범죄, 특수범죄, 경제범죄 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국가기능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범죄사건을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분리하여 처리하는 것이 국가나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훨씬 효율적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경찰이 독립적인 수사권을 행사하게 되면 수사에 임함에 있어서 경찰도 훨씬 강한 책임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특히 최근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수사상에 있어서 인권침해가 제도적으로 매우 어렵게 되었고, 법원도 적법절차를 위배하여 인권침해를 수반하는 수사에 대하여는 강력하게 규제하는 태도를 확립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관이나 시민에 의한 수사기관에 대한 감시기능이 매우 체계화•조직화되어 있다는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러 우려들을 고려할 때 폭력이나 단순절도, 손괴, 간통 등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볍거나 우리 사회에 빈발하는 일반 형법범 또는 범죄자가 자백하거나 피의사실이 명백한 사건 등에 대하여 먼저 경찰에 수사권을 맡기고, 그 처리실태를 보면서 단계적으로 그 범위나 종류를 확대해 가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방법적으로는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한편, 경찰의 입장에서도 독립적인 수사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에 대비하여 비대해지는 경찰권의 합리적 분배와 강력한 외부적 통제장치의 모색에 노력하는 한편,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는데 대하여 왜 반대견해가 존재하고, 시민들이 주저하는가에 대하여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경찰수사를 담당하는 일선경찰관의 자질 향상과 수사능력 강화를 위한 교육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어져 운용되고 있는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수사경과제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대책은 충분히 강구되고 있는지, 또 경찰이 수사에 있어서 시민들이 신뢰할 정도로 책임있게 행동하고 있으며, 이를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는 내부장치가 철저하게 구축되어 있는지 등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평가아래 경찰 스스로 현행 경찰제도나 경찰수사상의 문제점에 대하여 가시적이고 실천적인 법적•제도적 개선을 이루어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선경찰관들도 시민의 봉사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명심하고, 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하여야 한다.

수사권은 경찰이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나 검찰이 주는 것도 아니며, 오직 시민이 판단하여 적합하다고 평가되는 기관에 이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