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察도 搜査主體로 인정돼야!

정세종(경남대 행정 • 경찰학부 교수)

  수년간 일선 경찰관으로서 범죄수사업무를 담당하다가 강단으로 발을 들여 놓은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어 간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필자 역시 「범죄 피해자 혹은 피의자의 처지는 도외시한 채 경찰관의 입장에 치우쳐서 별 문제의식 없이 모든 사안을 판단하고 행동했던 것은 아닌가?」하는 후회를 지울 수 없다.

  현재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경찰과 검찰의 논쟁도 필자가 범했던 오류를 답습할 개연성이 높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하여 경찰 측은 실제 97%이상의 형사사건을 경찰이 처리하고 있고, 경찰대학 졸업생 등 고학력자들이 경찰에 입직하여 자질이 향상되었으며, 과학수사 등 경찰의 수사 역량이 증대되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중복수사로 인한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경찰수사의 사각 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195조와 제196조를 개정하여 경찰도 수사의 주체로 인정하고 검사와의 관계를 상명하복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반하여, 검찰 측은 경찰권의 비대화 및 경찰권 남용, 행정경찰의 사법경찰장악 및 사건왜곡심화, 인권침해의 가능성 등을 이유로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먼저, 경찰측의 주장은 선진국가의 입법례와 업무의 효율성, 국민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볼 때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왜 수사권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반성에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힘 있는 검찰이 권력을 독점하려고 하기 때문에 혹은 정치권이 경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안일한 대응방법이다.

  수사권 조정의 근본적인 동력은 국민들이 경찰수사에 대해서 가지는 신뢰와 경찰에 대한 지지에 있음을 명심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검찰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근간으로 피라미드형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또한, 검사는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면서 자체적인 수사 인력을 통하여 독자자적으로 수사를 개시, 진행, 종결할 수 있는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경찰 측의 주장이 경찰수사단계에서 검사의 지휘를 전적으로 배제하고 수사종결권을 부여하여 달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경찰권의 비대화 및 경찰권 남용, 행정경찰의 사법경찰장악 및 사건왜곡심화, 인권침해의 가능성 등의 검찰 측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검찰은 경찰의 수사결과에 대해서 기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수사권을 계속해서 가지기 때문에 검찰에 송치된 모든 사건에 대해서 그 당부를 수사할 수 있고, 자체 수사인력을 통해서 경찰의 권한남용이나 사건왜곡,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서 직접 수사하여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 측의 논리는 포괄적 수사지휘권을 통해서 검찰을 경찰수사의 사각지대에 위치시키고 형사사법 체계 내에서 독점적인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은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백해졌다고 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결국 국민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경찰은 상당수의 국민들이 경찰수사에 대해서 불신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수사시스템을 개선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경찰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세부적인 문제점을 도출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수사권 조정의 첩경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검찰 또한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사회전반적인 이익을 무시하려한다는 국민들의 우려 깊은 시선을 인식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