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영역의 사건을 제외하고, 실제적으로 국민과 관련된 사건 대부분을 일상적 업무로 하고 있는 경찰의, 수사권 현실화와 관련된 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 경찰의 수사권 현실화에 대한 열망과 노력은 실로 지대하였으며,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경찰공무원 전체가 한 목소리를 내어 추진하여 왔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슬그머니 이와 관련된 논의가 답보상태에 있어 경찰의 진정한 발전을 기원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주고 있다.

  그동안 어느 정도 구체화되어 오던 경찰 수사권 현실화는, 지난 2005년 말 농민시위 중 발생한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이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 채, 갑작스레 사퇴한 사건을 계기로 한 풀 꺾여 버린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한화그룹 회장 폭행사건에서 보여 줬던, 관련된 전•현직 고위 경찰간부들의 잘못된 처신으로 인하여 경찰이 가질 수 있는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지게 되었다.

  경찰이 이러한 종류의 수사를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음을 보여 줄 수 있었던 기회를, 위기로 만들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일부 자질미달의 경찰공무원 범죄나 비리 사실 등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경찰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을 뿐 아니라, 경찰을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무를 다하고 있는 대다수의 경찰공무원들을 좌절시키고 있는 등, 전체 경찰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함에 따라 지난 수십년간 경찰이 열망해 왔던 수사권 현실화 문제는 자연스레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역대정권들은 대선 때마다 경찰의 수사권 현실화를 약방의 감초처럼 들고 나왔고, 마치 경찰의 수사권은 금방이라도 현실화 될 것 같았다. 그러나 ‘혹시나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매번 정권이 끝날 무렵에는 유야무야 되었었고, 이번 대선에서는 별다른 거론이 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수사권 현실화는 말 그대로 이미 경찰에서 수행하고 있는 평시 임무를 있는 그대로 인정받으려는 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제는 경찰의 수사권 현실화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정치권의 도움은 필요하나 근본적으로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만을 바라고 있어서는 안 된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만 쳐다보면서 수사권의 현실화를 바랄 것이 아니라. 경찰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제 전 경찰공무원들은 오늘의 이 상황을, 조직을 생각하는 순수한 마음을 바탕으로 위기를 호기로 바꿀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자정력을 발휘하여 경찰 내부의 역량을 강화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경찰 스스로 수사권을 현실화하기 위한 지혜를 결집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