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대수사선’이라는 일본의 TV드라마가 있다. 약간 어수룩하지만 항상 정의감에 불타는 시골형사가 통쾌하게 범인들을 잡아 나가는 시리즈물이다. 인기가 아주 좋아서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대히트를 기록했으며,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만약 우리나라였으면 주인공의 신분이 검사로 변하지 않았을까? 영화 ‘공공의 적’이 히트한 것을 보니 과연 그렇다.

  왜 그럴까? 왜 미국이나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형사인데 한국에서는 검사가 주인공을 도맡아서 하는 걸까?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실제 각국의 사법제도가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법제도의 반영이지 현실의 반영은 아닌 것이다. 즉, 영화 ‘공공의 적’에서의 강철중 검사는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인물이고 순전히 극적 재미를 위해 비현실적으로 태어난 캐릭터인 것이다.

  옛날과 달리 현대의 사법절차는 아무리 흉악한 범인일지라도 재판을 통해서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죄형법정주의, 공소시효, 자백의 증거능력 제한 등등이 모두 현대의 형사사법단계에서의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기본 이념들이다. 그런데 흉악범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혀 범인을 체포하는 것이 그 첫 단계이고 바로 수사의 과정이다. 수사에 의해 밝혀진 범인을 재판이라는 절차를 통하여 죄의 유무를 판별하고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것이 두 번째 단계이고, 이 두 단계를 통하여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사는 수사의 전문가가 재판은 재판의 전문가가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수사의 전문가는 경찰이다. 검사가 수사의 전문가인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검사가 수사의 전문가인 양 오도되고 미화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 나라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수사의 전문가인 검사가 현장에서 뛰어 다니는 모습이 나와 주어야만 사실감이 부여되는 것이다. 더더욱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런 모순이 영화나 드라마의 재미를 위한 것이라면 참을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 모순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검사는 법률가이다. 검사의 역할은 수사의 지휘라기 보다는 수사한 사항에 대한 법률적 적용을 검토하고, 재판에서 국가를 대신하여 공소를 유지하고 범인을 법관의 심판 내용대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수사는 수사의 전문가인 경찰이, 공소와 재판은 법률의 전문가인 검사와 판사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수사전문가이며 실제로 모든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에게 수사권이 없는 것인가? 현장의 상황을 모르는 검사에게 수사의 전문가인 경찰이 지휘를 받아야 하는가? 검사는 경찰이 적용한 법률규정을 보완하면 그만이지 수사전문가가 아니다. 그런데 현재의 수사구조는 전문가가 비전문가에 의해서 일일이 감독을 받고 지휘를 받고 있는 꼴이다. 경․검간의 수사구조 이외에 또 어떤 부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좀 과장해서 극단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검사에게 수사의 모든 지휘권을 주고 경찰에게 상명하복을 요구하는 것은 마치 군대의 장군을 민간인으로 해서 전쟁터에 나가는 꼴이다.

  수사권 조정의 문제는 검찰측으로서도 결코 손해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검찰이 처리하는 업무의 양을 감안해 볼 때 과도한 업무부담이 줄어들어 보다 정확히 사건을 처리하게 될 수 있을 것이고, 향후 도입이 논의되는 공판중심주의하에서 공소업무에 보다 충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수사의 전문가인 경찰에게 수사권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성의 문제이다.